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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교진 Jun 27. 2018

출간 의뢰를 하다 _2004년 4월

내가 쓴 글, 책이 되기까지 1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옛 친구나 처음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로부터 무얼 하면서 지내는지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씩~! 웃으며 어둠 속에서 별을 보고 있다는 표정으로 여러 가지 중요한 일들을 하며 산다고 대답하곤 하죠. 대학 졸업 후 8년째 백수라고 말해 주기도 하고, 의미심장한 광야에서 훈련 중이며 너무 많은 일을 경험하고 있어서 모두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호기심만 일으켜 놓기도 합니다.

그래요. 8년 동안,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제 삶을 짧은 시간에 설명하는 것은 장편소설을 한 편의 시로 함축하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제게 글쓰기의 소질이 있다는 말씀을 분명하게 전해 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한 분은 현재 태국에 선교사로 가 계신, 대학시절 선교단체 ivf에서 만난 이창운 간사님이고, 다른 한 분은 제자들교회에서 만난 화가 마성원 집사님입니다. 간사님은 제게 은사가 참 많다며 언젠가는 하나님의 일을 하게 될 것 같다고 격려해 주셨고, 마성원 집사님은 게시판 하나만 달랑 있던 초창기 홈페이지 시절에 자주 들어오셔서 상담도 해주시고, 제가 쓰는 글들이 전문 작가 수준이며 TV에 나올 삶을 살고 있다고 추켜세워 주셨습니다. 그 이후에 수많은 분의 격려가 있었고, 제가 담담히 쓴 글에 크게 감동받아 많이 울었다거나, 새로운 희망과 기쁨을 가지고 간다는 반응들을 보며,
조금씩 출판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를 아껴주시는 교회 성도님들이나 홈페이지 손님들이 제 글이 책으로 묶일만하다고  자주 얘기해 주셨지만, 사실 분명히 실현될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내 글이 책으로 안 나오면 하나님만 손해지 뭐~!^^’ 하며 배짱 믿음을 가지면서도, 책 출판의 실현은 어려운 세상의 논리를 뚫어야 하기에 멀고도 간절한 꿈으로 접어두었습니다.

이지선 씨가 <지선아 사랑해>를 출간하기 한참 전에 책에 대한 얘길 쪽지로 나눈 적이 있습니다. 기독교 출판사가 아닌 대중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서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많은 분이 읽고, 생명의 빛을 전하는 도구로 사용하자는 얘길 나누면서 주님이 길을 열어주시길 바랐습니다. 지선 씨는 방송에 출연하면서 일반 출판사를 통해 주바라기 홈페이지 글들을 중심으로 엮은 <지선아 사랑해>를 펴내면서 자신의 바람 이상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요. 전 곁에서 지켜보며 오래전부터 써온 수많은 내 글도 그렇게 세상에 책으로 나가 사람들에게 감동과 눈물, 희망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졌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올해 초에 눈물을 머금고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맡겨놓고, 먼 길을 오가며 간호해 드리면서 편치 않은 마음의 고통을 참고 견디는 동안 경제적으로도 쪼들릴 때마다 책 출판의 길이 열리기를 소망했습니다. 올해 버킷리스트로 세워둔 책 출판, 신대원 시험 준비에 하나님이 도우셔서 적절한 때에 이뤄지길 소원했습니다. 오랫동안 울트라 교진 홈페이지를 지켜봐 주신 분들은 책이 될 거란 믿음을 저보다 더 많이 가지고 계셨지만, 막상 출간을 진행하는 데 있어 제겐 아무런 내세울 포장이 없어 마냥 기다리며 기도하는 것 외에 방도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입으로는 난 책을 낼 거고 글을 통해 하나님을 전하는 자로 서 나가겠다고 하면서도, 현실은 능력과 경력과 상업성이 우선시 되어 있음으로, 언론에 노출된 적 없는 무명의 제가 대중 출판사를 통해 저자가 된다는 건 불가능했죠. 꿈꾸고 믿고 기도와 자신감으로 극복해 내기란 맨주먹으로 구름을 잡는 것과 같은 허황된 마음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소심한 마음이 부활절 성극, 모세에 모세 역을 맡아 생전 처음 연극 무대에 서며 갈아엎어졌습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실 때 못할 것이 없다는 확신과 더불어 주님의 영광이 가슴에 밀려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믿음과 자신감이 부어졌습니다. 독자들에게 참 자유의 방향을 바라보게 하며, 오랜 병으로 고통하며 기도해도 병이 낫지 않지만 주 되심을 인정하며 살며 사랑의 가치를 만질 수 있다는 것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가족의 회복과 희망이 되는 책으로 완성되어 공유하기 위해 선택한 출판사는 김영사입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한 번씩은 들어본 적 있는 그곳에 노크해 볼 용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3월 초에 기독교 출판사인 홍성사의 편집장님께 메일을 드렸다가 특별한 답장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지만,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일반 메이저 출판사를 통해 책이 만들어지는 응답도 불가능하진 않을 거란 믿음을 가지면서요. 한창 성경공부 스터디에 열을 올리며 신대원 입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5월 초에 거절되어도 실망하진 말자는 마음으로 김영사 홈페이지에 출간 의뢰를 했습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지팡이를 들고 부르심에 대한 사명으로 한걸음 떼어 전진하는 그 심정으로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맨파워 약한 저자, 독특한 진흙 속에서 숨 쉬며 견딘 저자로서 유명한 메이저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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