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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D Aslan Aug 12. 2020

전공의 일기.

4-21화.

"여보! 여보! 눈떠봐! 여보 눈 떠봐 제발! 여보!"


보호자는 환의가 풀어헤쳐진 환자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통곡했다.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슬프게 울며 환자의 가슴팍에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을 지켜보던 인턴이 함께 흐느꼈다. 환자의 심박은 여전히 뛰지 않고 있었다. 인공호흡기는 이제는 의미 없어진 들숨, 날숨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보호자분, 심폐소생술 진행 중입니다. 환자분의 심장이 기능을 상실했고, 현재 가슴 압박을 통해서만 혈액을 순환시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의학적으로는 이미 사망 상태입니다. 더 진행할까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지만, 이 자리에서 환자의 담당의로서 내가 전해야 할 말이었다. 


"그만해요. 그만 괴롭히고 내버려 둬요. 그만할래요!"


보호자는 흐느끼며 힘겹게 중단을 요청했다. 환자 주변에서 대기하던 소생팀이 무겁게 발걸음을 돌렸다. 환자가 입원한 지 28일 지난 새벽이었다. 간호사는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하고 있던 활력징후 측정기의 전원을 내렸다. 


"여보...... 고생했어...... 고생했어 여보. 이제 좀 쉬어. 사랑해......"


나는 울컥했다. 눈물이 났다. 의사로서 보호자 앞에 눈물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해 온 나였지만, 지금은 감은 두 눈을 비집고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보호자에게 다가가 보호자의 어깨를 감싸며 애도를 표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이렇게 환자분을 보내드리게 되어 유감입니다. 죄송합니다."


"수술만 잘하면 살 거라면서요! 수술하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나한테 분명히 말했잖아요. 왜요! 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요!"


"죄송합니다."


"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 이제야 조금 편하게 살아보려 했는데, 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 왜......"


나와 보호자는 서로의 팔뚝을 부여잡고, 위로를 나눴다.  



 그동안 수많은 이별이 있었다. 하지만 매번 이런 식의 이별 앞에서는 내 존재가 초라해진다.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낸 환자와의 한 달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하늘 파란 강릉에서 만난 환자는 이제 하얀 포로 덮여 모를 곳으로 떠난다. 이 좋은 경치를, 이 재미난 세상을 더 오래 안겨드리지 못한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출처: https://mdaslan.tistory.com/37 [의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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