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vory Mar 20. 2024

4년 전 저 심리상담 해주셨던 선생님, 맞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선생님한테 2020년 상담을 받았던         입니다.


당시 코로나 초기라 서로 마스크를 끼고 있어 얼굴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고, 제가 사용하던 휴대전화가 없어 선생님 휴대전화 번호며 문자며 선생님에 대한 기록이 없어, 당시 저를 상담해주셨던 분이 맞는지 정확히 확신이 들지 않으나, 선생님이 맞다고 생각하여 염치없지만 이제야 감사 메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하루하루 사는게 벅차고 괴로워서 그 시간을 외면하고 싶었고 감사인사를 전할만큼 제 마음이 넉넉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어제 선생님이랑 상담받았던 기억이 갑자기, 불연듯이 떠올라 선생님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중 선생님이 자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읽고 서명하라는 기억이 떠올랐는데, 그런 서약서를 받는 제 모습이 너무 꼴보기 싫고 뭐 하나 이룬것 없는 인생마저 바닥을 친것 같아서 사인 못하겠다고, 안하겠다고 선생님 앞에서 엉엉 운 기억이었어요. 뭐 선생님 뵐때마다 운것같지만.. 그땐 유독 심하게 울었던것 같아요. ㅎㅎ


이제는 그 시절의 저보다 조금 더 자고 잘 먹고 더 잘 웃기도 하는것 같아요. 남한테 하는 입에 발린 소리를 이따금씩 저 스스로에게도 하는 날도 있고, 철 없는 감정이 불쑥 떠올라 나이값 못한다고 생각이 들때도 그런 감정도 있구나... 하고 인정하는 날도 많아졌어요.


여전히 이유 없이 불안해 청심환을 가방에 넣어다니고 어떤 여러 날은 무기력에 빠져 보고서 한장 제대로 쓰는게 힘들 때도 있지만,

벽에 헐렁하게 기댄채 창문으로 들어온 네모난 햇빛을 쫴는 듯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한 날도 많아졌어요.


선생님을 잊고 있었지만 선생님이 저한테 했던 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서 좋지 못한 감정이 올라올때마다 '이런 감정도 있는거구나. 인정해줘라. 남한테 하듯이 자기에게도 해줘라.'라는 말들이 떠올랐어요.


자기개발서나 심리서적을 보면 늘상 나오는 말이지만 선생님이 그 시절 저에게 했던 말이 오래도록 음성을 남아서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저는 제 모습을 받아들이는게 어려운 사람이었는데 선생님이 여러날에 걸쳐 그렇게 해줘야한다고 알려주어 정말 감사해요. 정말 아주많이,


그때의 저를 다독여주시고 보듬어주시고 이야기 들어주셔서, 제가 보잘것없다고 여기는 감정도 인정해주고, 앞날에 아무 희망도 없고 모든게 끝난것 같다고 우는 제 손을 잡아주셔서 감사해요.


제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게끔 멋들어지게 편지쓰고 싶었지만 쏟아져 나오는 말을 제대로 정리하기 어렵네요. 하지만 부디 제 감사한 마음을 알아주시기 바래요.

선생님, 오래도록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나를 떠올리며 잘 지내길 바라주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고, 나 또한 누군가의 안녕을 기도한다는 것.

심리치료 일을 하며 얻는 행복은 그런 것들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치이자 특권이고, 그무엇보다 의미 있고 가슴 따뜻한 일이다.


상담자도 내담자를 떠올린다. 때로는 종결을 하고도 그렇다.

네일아트 가게에 가면 생각나는 내담자가 있고, 빵집 앞을 지날 때 생각나는 내담자가 있다. 공항에 가거나, 지하철 환승을 하는 길에 생각나는 내담자도 있다. 이분 역시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던 분 중 하나였다. 예상치 못한 편지에 놀라운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나는 앞으로도 길목을 지날 때, 계절을 지날 때마다 나를 스쳐간 내담자들을 생각할 것이다.

그들이 안녕하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그래서 나는 내 직업을 좋아한다.




p.s 

너무 감동스러워ㅠㅠ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

내담자께 허락을 받고,

특정 가능할 수 있는 부분은 삭제하여 올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비합리적으로 돌아가는 세상도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