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저는 웬만하면 화를 참는 편이에요. 화난 상태에서 말을 하다 보면 격해질 것 같아서요. 화내고 나면 일시적으로 조금 시원하기는 한데, 괜히 화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후에는 찝찝해져요. 그러느니 그냥 참는 게 낫겠더라고요. 근데 참자니 마음이 불편해요. 왜 나한테 그렇게 말했지? 그때 참지 말고 따졌어야 했나? 생각하다 보면 점점 더 화나고 억울해지기도 해요. 심할 때는 일상생활 하면서도 계속 생각이 나고, 잠도 잘 안 와요. 혼자 마음속으로 삭히다 보니 제 마음은 치유되지 못하는 느낌이긴 하네요.
무한도전 '노긍정' 선생은 긍정의 힘으로 차가운 눈발의 고통과 추위를 웃음의 힘으로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이 얼마나 웃기면서 인상 깊었는지, 지금도 그 장면이 쉽게 떠오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상담을 하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은 무조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납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괴롭게 느껴지겠지만, 인간에게는 기쁨, 즐거움, 행복과 같은 긍정 정서뿐만 아니라 슬픔,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러 부정 정서를 다루는 심리치료에서 분노는 특히 단골손님입니다. 화를 꾹 참다가 마음의 병을 얻은 사람, 습관적으로 화를 억누르다 보니 이제는 화라는 감정을 잃어버렸다는 사람, 너무 화를 억제하던 것의 반작용으로 급기야 분노를 지나치게 표출하게 되어버린 사람 등 다양한 사례에서 분노가 등장합니다. 화를 무작정 참는 경향이 심해지고 만성화되면 우울, 불안,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분노 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분노도 쓸모가 있어요. 분노의 역할은 자아가 상처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적절한 경계선을 그어 주는 것입니다. 만약 인간에게 분노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습관적으로 화를 억제하는 사람은 자기의 경계를 침범하는 사람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고 무례한 사람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쉽습니다. 타인에게 이용당하거나 피해 입지 않도록, 분노는 당신을 보호합니다.
만일 화를 참는 게 익숙한 사람이라면, 나의 경계를 침범한 사람에게 분명하게 표현해도 괜찮습니다. 화를 표현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거나 격한 행동을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느낀 불쾌감을 짧게 전달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습니다.
분노의 힘을 빌려 적절한 자기주장을 하면 자존감도 높아집니다. 처음엔 말이 잘 나오지 않을 것이므로, 거울을 보고 연습하길 추천합니다. 이미 지나간 상황 때문에 힘들다면, 그때의 감정과 하고 싶던 말을 글로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분노는 피하거나 멀리해야 할 감정이 아니에요. 분노는 나쁘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오해를 내려놓고 분노와 조금더 친해질 수 있다면, 내면은 한결 평화롭고 가벼워질 수 있을 거예요.
정서 명명(affect labeling)을 통한 분노 관리에 대해 좀더 알고 싶다면, 아래 내용을 참고하세요!
https://www.dh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