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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May 03. 2020

“사랑이 엄마는 조코 바다 엄마는 안조아”


“사랑이 엄마는 조코 바다 엄마는 안조아”

바다 재우고 난 뒤 옆에 누워있던 사랑이를 안아주는데 사랑이가 말한다. 눕기 전에도 바다 쭈쭈 주려던 나를 덮치며 “안돼!!!” 소리친 뒤 “사랑이엄마야!!!” 연이어 외치던 사랑이다. 잠투정 난 바다를 내내 안고 있었더니 그게 속상했던 모양이다.

“엄마가 바다 자는 거 힘들어해서 도와주느라 안고 있을 때 사랑이. 속상했어?”
“사랑이가 속상해써. 엄마가 바다 도와주느라 안고 이써서 사랑이가 속상해써”


“사랑이가 속상했구나. 엄마도 바다 자는 거 도와줄 때 사랑이 엄청 안아주고 싶었는데.
근데 아가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엄마가 도와줘야만 해. 사랑이는 형님이라서 잠도 혼자 잠들 수 있고, 밥도 혼자 먹을 수 있고, 화장실 가서 쉬도 혼자 하고, 신발도 혼자 신을 수 있고, 자동차 놀이도 할 수 있는데, 아가는 누워서 우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어서 엄마 도움이 많이 필요해”


“바다는 혼자서 아무것도 모태?”
“응~ 바다는 아가라서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거야~”


“사랑이는 밥도 혼자서 먹을 수 이꼬, 신발도 혼자 신을 수 이꼬, 잠도 혼자 잘 수 이꼬, 양말도 혼자 벗을 수 이꼬 책도 볼 수 이꼬... 바다는 모태?
“응~! 사랑이는 다 할 수 있는데 바다는 아가라서 못하는 거야~”

기분이 좀 나아졌는지 가만히 있던 사랑이가 “안아조” 한다. 그런 사랑이를 꼭 안아주니 “빠다 노래 불러조” 한다. 엄마가 새로 만든 노래가 맘에 드는지 사랑이는 몇 번이나 더 불러 달라 하고 손을 꼭 잡고 잠들었다. 아직 사랑이도 아가인데, 형아가 되니 참을 일도 많아지고 혼날 일도 많아진다. 그게 짠하다. 동생 때문에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동생의 생긴 게 상처가 될까, 항상 사랑이를 먼저 챙기고 사랑이 마음을 살피는데도 이렇게 사랑이가 속상해하는 날이 있다. (그것 때문에 바다는 늘 쭈쭈만 주고 뒷전이 되니 그건 그거대로 또 짠하다..)

지금은 그나마 바다가 어려 괜찮은데 바다가 더 크고 자기주장이 강해지면 사랑이가 억울하고 속상할 일이 더 많아지겠다 싶다. 두 아이의 마음 모두 잘 헤아려주는 엄마이고 싶은데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고민한다. 그러다 보면 타인의 언어가 아닌 나의 언어로 아이들을  돌볼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2020.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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