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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 Jun 08. 2018

[재인] G, R, 나지막이 기리보이

* PC 화면에서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180602 club henz

 그런 것들이 있다. 반드시 지금 해야만 하는 일.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일. 인생은 타이밍이란 흔한 말 말고, 당장 닦아야 하는 얼룩처럼. 이 글이 그랬다. 나는 늘 그랬듯 이번엔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궁리하던 중이었다. 근데 그냥 지금 해야 했다. 그래서 '되는 대로 대충 막 쓰기로' 했다. 굳이 조사하고 정리하고 객관적 전문가가 될 필요 없이, 그의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까, '잘 쓴 글'이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끝장을 내기로 한 것이다.




 기리보이는 음악가다. 그의 팬들은 대개 그를 이렇게 소개한다. 적어도 랩퍼라거나 프로듀서라는 말로는 택도 없다. 그건 지나치게 평평하고 시시하다. 그리고 이 말은 그가 랩을 잘하는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대로 기리보이가 랩을 잘하는 건 아니라고 치부하기에는 섣부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말하기 방식이 있다. 랩퍼는 랩으로 '말'을 한다. '발화 방식'이 독특한 것으로 유명한 랩퍼들을 예로 들어보자면, 비와이는 랩으로 전도하고 빈지노는 랩으로 강의하고 우원재는 랩으로 신음한다. 기리보이는, 그가 어떻게 말을 하냐면, 징징댄다. 그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랩을 할 때도 노래를 할 때도 심지어는 인터뷰를 할 때도 징징댄다. 약에 취한 듯도 한데, 발음은 어눌하고 음정은 애매하다.
  그러나 거지꼴도 어울리면 히피 스타일이 되는 것처럼, 징징대는 애새끼도 어쨌거나 존나 멋지면 그만인 법이다. 그것이 전에 없던 스타일이라면 더 매력적인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찌질하고 우울하며 때로 정신병자-그는 실제로 정신질환으로 정신과에 다닌 경력이 있으며, 심지어 담당 의사의 연구 대상이었다-같은 가사에 탁월한 기리보이로서는, 징징대는 것이 최적의 화법이다. 그러니까, 문학 평론가 흉내를 내자면 그의 음악은 형식과 내용의 합일이다.
  내가 오버하는 것 같다면, 당장 그의 노래를 재생해 보라. 이 글을 따라가며 노래를 여섯 곡(그냥, 유월이니까) 정도만 듣다 보면 알 거다. 그리고 그의 팬이 될 거고. 그리고, 진지한 경고를 하나 하자면 당신은 뭣에라도 취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알콜, 섹스, 혹은 자살이라든가.




1집 <육감적인 앨범(2014)>


육감적인 트랙리스트 가이드라인

숨(feat. Take One) Take One의 가사를 집중해서 음미해볼 것을 권함.
Skit(feat. Swings) 당신이 생각하는 힙합 앨범의 그 'Skit'은 아니다.
Camp(feat. Swings)[Title] 잔잔하게 터뜨리는 불꽃놀이. 스윙스 빼고 완벽함.
특별해 기리보이의 찌질함을 완성하는 bitch 서사의 시작. "넌 지금 무슨 생각을 하니?"
사망 듣는 이에 따라 3분 간 말 그대로 사망 체험을 할 수도 있겠으나,
교통사고 아무말 대잔치. 단, 기리보이의 '너'는 해석이 다양할수록 흥미롭다는 것을 기억해 두도록 하자.
쌩얼 식상하게 표현하자면, 센스와 재치가 넘치는 노래.
새벽3시 '교통사고'와 '사망', 'Wake Up'과 '새벽3시'의 묘한 역순 흐름을 이어 보자.
Wake Up(feat. Swings) 기리보이는 첫사랑과 헤어져 봤을까? 그러니까 사귀어 봤을까?

아닌 척 궁예질

정규 1집답게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했기 때문에, 정규 1집 특유의 풋풋함과 어설픔, 촌스러움과 오글거림이 공존하지만 동시에 꽤 많은 부분에서 기리보이의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이전의 싱글인 '치명적인 앨범'과 '치명적인 앨범II'에서는 '자신만의 장르', '특별히 어떤 장르다, 라고 이야기하기 힘든', '장르라고 딱 잘라 구분짓기 힘든', 심지어 '띨빵한 천재'라는 평을 받았다. 기리보이는 정규 앨범에 이전의 비정규 앨범의 작업곡들을 성실하게 포함하는 편인데, 이 앨범에는 '치명적인 앨범'과 '치명적인 앨범II'의 곡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 그만큼 1집 이전과 이후 중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느낌. 물론 기리보이 정규 1집이 무엇인가는 이쯤되면 본인도 헷갈릴 법한 문제.
아직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지만 찌질보이나 우울보이의 모습은 초기부터 드러난다. 유치함과 색다름의 사이에서 줄을 타는 어린아이 같은 가사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독보적이기보다는 '힙합 유망주'의 느낌. 쿨하다거나 힙하다고나 할 수 있는 가사가 자주 등장하고, 본인이 신경을 써서인지 지금보다 딕션이 괜찮다. 'Skit', '쌩얼', '교통사고' 등의 곡이 무난하게 들을 만 하다. 앨범 최애 곡은 낭만과 황홀의 끝을 달리는 'Camp'다. 개인적으로는, 스윙스 피쳐링 없는 솔로 버전의 곡이 나오기를 바람.

취取향

Skit 난 미안하지 않아 / 이제 그만 울어 / 내가 어떤 잘못을 해도 / 난 안 들어 두 손 / 니가 어느 날 갑자기 / 두 눈이 크게 부어 / 우리 집 앞을 찾아와도 / 난 고개 안 숙여
특별해 새벽까지 문자가 오는 걸 보니 / 얘는 여우가 확실해 / 속이 답답할 때 물을 먹어 / 더 먹어 먹어
쌩얼 싫어서가 아냐 / 싫은 게 싫어서가 맞아 / 매일 밤 확인하잖아 / 우리는 항상 잘 맞아


타오르는 불씨에 부채질을 하는 게
너무 나쁜 거라면 나쁜 놈이 되겠어
우린 불장난을 해 해변의 밤을 맞이해
캠핑을 하고 있어 캠핑을 하고 있어
우린 춤을 춰야 해 음악이 끊기지 않게
고기를 구워야 해 불씨가 끊기지 않게
우린 랩을 해야 해 대화가 끊기지 않게
우린 캠핑을 해야 해 여기 무인도에서
- Camp 中

 



2집 <성인식(2015)>


성인스런 트랙리스트 가이드라인

Outro 앨범의 첫 번째 표지판. "back in the day, 뒤로 감아"
성인 성인식 숨은 타이틀 곡. 가사 속의 여자인 '너'를 과거의 기리보이로 바꿔 들어 보자.
Skit(CHEESE 사리추가 VER.) 'Skit'을 치즈의 (전 멤버) 구름이 편곡했다. 사뭇 달라진 포인트에 주목하기.
좋거나 싫거나(feat. DJ SQ) 팬들의 이름이 가사로 적힌 곡. 참 멋있지만 내 이름이 없다. "love & hate"
지켜줄게 이상의 날개가 떠오르는.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왕복 30분(feat. 신지수)[Title] 앨범의 두 번째 표지판. 기리보이는 한 인터뷰에서 이 앨범은 왕복해서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잘 지내냐(feat. VASCO, 천재노창) 저스트뮤직만의 에너지가 있다. (곡마다 참여진을 눈여겨 볼 것.)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feat. Cjamm, BLACK NUT) 역시 동료였던 이들만이 가능한 시너지를 낸다.
좀 해 앨범의 세 번째 표지판. "이 앨범의 첫 번째 랩" 참고로, 쏠쏠한 웃음 포인트: 박지환.

나만 하는 개소리

'소년에서 남자로의 성장'을 표방한 앨범. Code Kunst, 구름이, Big Pie, 천재노창, Brother Su, 5mg 등 외부 편곡가의 도움을 받았고, 소속사 동료인 바스코, 천재노창, 씨잼, 블랙넛의 피쳐링이 눈에 띈다. 발매 당시 기리보이 스스로도 앨범에 굉장히 자신만만한 모습-인터뷰에서 "무슨 말인지 이해했느냐. 어떻게 이해했는지 설명해 보라."고 기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기자가 "그렇게 크게 충격적이진 않았다"고 대답하자 기리보이는 "아니다. 이건 대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을 보였다. 그의 말대로 앨범 구성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앨범을 제대로 들으려면, 첫째, 'Outro'부터 '좀 해'까지, 그리고 '좀 해'부터 'Outro'까지 왕복하면 된다. 앨범의 길이는 왕복 30분이 아니라 편도 30분이라는 게 함정. 둘째, '성인'이 타이틀 곡이라고 상상하고 다시 들어보자. 실제로 '성인'은 타이틀이 될 수도 있었던 곡이고, 개인적으로는 타이틀이 되었어야 했던 곡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곡의 '너'를 어떻게 설정하든 한 가지 사실은 같다. 매너리즘에 빠져 어디로도 향하지 못하는 자의 외로움이 끈적하고 질척하게 마음에 달라붙는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4집의 '고속'과도 어딘가 닮아 있다.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1집에서 4집까지, 앨범들이 모두가 하나의 사분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경계를 가지면서도 경계를 기준으로 선대칭 지점에는 자신의 닮은꼴이 점대칭 지점에는 자신이 비치는 거울이 있는 식이랄까. 기리보이가 프로듀싱을 도맡은 1집과 3집과 그렇지 않은 2집과 4집이 서로 닮아 있고, 발매 시기를 기준으로 초반의 1집과 2집 그리고 후반의 3집과 4집은 서로 닮아 있다. 제일 사분면이 1집이라면 제이 사분면은 2집, 제삼 사분면은 4집, 제사 사분면은 3집이 되는 식으로. 개소리라고 했으니까 용기 내어 하는 개소리.

취取향

Skit 정리할래 / 결벽증 환자처럼 니 흔적들을 서랍에 밀어 넣어 / 사실은 좋은 기억들을 기억하기 싫어서 / 찌질하게 니 욕을 가사로 담아 / 돈을 벌고서 새로운 여잘 편하게 만나 / 영원한 건 절대 없어 모든 건 지나가지 / 이별도 영원하지 않아 그냥 지나갈 skit
지켜줄게 내가 이해해야 되냐 / 집안이 문제라면 내가 이해해야 될까 / 어제는 나 밤새도록 울었어 / 할 말이 없어서 오늘은 얼마나 벌었냐고 나는 물었어 / 너는 웃고 있지만 눈은 부어 있어 / 내가 먹을 것 좀 사올게 일단은 누워 있어 / 싸우는 날이 많아졌지 / 야 내가 얼마나 많이 받아 줬니 / 내가 왜 너를 감당하고 살아야 해 / 내가 왜 너의 상처들을 다 알아야 해 / 이젠 이해하는 척 웃어주는 것도 지겨워 / 나도 씨발 너처럼 옷 벗고 접대 하고 벌면 / 너는 내 기분 알까 그건 또 싫지 / 지켜줄게 걱정하지마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난 후에 난 달력을 보네
그냥 생각이 나서 그냥 생각이 났어
우린 다른 곳에서 똑같은 아침과 밤을 보내
그냥 생각이 나서 그냥 생각이 났어
I'm fine thank you and you
- 성인 中




3집 <기계적인 앨범(2016)>


기계적인 트랙리스트 가이드라인

YOU'RE A MEDICAL '노래 못하는 게 매력'이라던 기리보이 보컬선생이 이해되는. 메디컬 트렌디!
I'M IN TROUBLE(feat. 로꼬)[Title] 기계적인 노래.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던 둘의 어울림.
우주비행1 새벽에 혼자서 들으면 끝내주게 끝내준다. 소름이 끼치기 때문에 19금 판정.
LO:OP(feat. 서사무엘) 그 정도쯤이야 내일 되면 다 괜찮을 거라고-
말하자면 길어/ 다운 슬래시(/)는 자학의 방향.
공황 "I'm in the dark and I start to fuckin panic"
아침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고 춥다고 하듯이, '아침'은 분기점.
ZOA(feat. 한해) "난 좋아!" JOAH가 아닌 ZOA입니다. 기분 좋은 요란함. 한해 랩이 귀여움.
우주비행2(feat.최엘비) "for love, 우린 비행을 하고 비행의 뜻은 날아간단 뜻이 아니란 걸" 우주비행WYBH은 알지.
하루종일(feat. DJ SQ, 한요한) '하루종일' 부르는 나른한 사랑 노래. 알러뷰가 무슨 말이냐면, 사랑한단 뜻이야.
예쁘잖아 '호구'와 함께 기리보이 bitch(이쯤되면 일종의 페티쉬가 아닌가 싶다) 서사 대표곡 투탑.
그 정도 쯤이야 외롬적인 4곡 1/4. 이 곡이 좋다면 '술자리'를 들어볼 것.
2000/90 외롬적인 4곡 2/4. 이천에 구십, 잊혀내 고싶, 잊고 싶다.
우결(feat. 프롬) 외롬적인 4곡 3/4. 프롬과의 합이 좋은 '서로의 조각'도 꼭 들어볼 것.
새벽 4시 외롬적인 4곡 4/4. 외롭고 깔끔한 마무리.

어떤 뻘짓

역시 기리보이가 작사와 작곡은 물론이고 편곡을 맡았다. 초반부는 일렉트로와 하우스가 돋보이나, 전체적으로는 힙합 발라드로 귀결된다. 그러나, 와닿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이런 음악적 해석보다는 앨범 커버를 구경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
구체적인 그림이 무엇이건 거의 모든 곡들은 흑백 물감을 재료로 노래한다. 곳곳에서는 재기발랄하면서도 싸이키델릭한 노란 선글라스가, 사랑과 외로움 사이에서 줄을 타는 분홍 혹은 보라 혀가 발견되기도 한다. 그는 공황에 절망하고-앨범 커버는 뭉크의 그림인 절규의 오마주인 듯하다-, 이별에 체념하고, 까만 우주로 도망친다. 우주로 간다. 엉망진창으로 뒤틀린 앨범은 산으로도 가고, 바다로도 가지만, 그것의 스타일과 메시지는 결국은 우주를 향한다.
이후로 기리보이 음악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우주'는, 3집에서 본격적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에게 우주는 단순히 그의 크루 우주비행WYBH의 서사를 풀어내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우주는 고통의 기원이자 모체이기도 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향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때로는 둥둥 떠다니는 무중력의 낭만이고, 때로는 무와 무한의 공간에서 느끼는 고립이며, 때로는 불현듯 별빛이 반짝이는 미지의 아이디어다. 우주는 이 모든 것들을 기계적으로 아우르는 단 하나의 이름이다.
우주에서 유영하고 싶다면 'ZOA', '우주비행2', '하루종일'을, 침잠하고 싶다면 '그 정도 쯤이야', '2000/90', '우결', '새벽 4시'를 추천한다. '우주비행1', 'LO:OP', '말하자면 길어/다운', '공황'은, 블랙홀에 빨려들어간 듯 소멸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취取향

우주비행1 지구는 늘 별이 없고 별 게 없지 / 겨울은 춥고 여름도 난 너무 추워 / 개새끼마냥 맛있는 것 맨날 쫓고 / 별다른 다를 일도 별다를 게 없어 / 그럴 땐 너가 나를 안아줬음 싶어가지고 / 너를 찾아가지 또 나 완전 미쳐가지고
우주비행2 어떤 날은 울고 어떤 날은 웃고 / 어떤 날은 지겹도록 평범하지 / 어떤 날을 죽여 어떤 날을 버려 / 어떤 날을 죽여버려 비행하지 / 다시 돌아갈 길은 없어 우린 달에 드러누웠지 / 우리 둘이면 충분하지 사람들 하나도 안 부럽지
하루종일 술을 약간 마셨지만 혀는 꼬이지 않고 / 술의 힘을 대여했어 일은 꼬이지 않고 / i love you so much / so much so much / i love you so much / so much so much / (so i love you)
그 정도 쯤이야  어떻게 그렇게 웃고 다닐 수 있는지 / 나의 멍청함으론 상상도 못해 / 날 위로하지마 / 나 정말 괜찮아 / 그런 표정 하지마 / 나 원래 이래 / 그냥 투덜대고 싶어서 / 나답지 않게 굴고 싶어서 / 그냥 조금 아플 뿐야 / 괜찮아 너 정도 쯤이야
2000/90 나 사실은 / 혼자인게 무서워서 / 여기저기 친구들을 다 불러서 / 힙합 뮤비처럼 앉아 있어 / 힙합 뮤비처럼 앉아 있어 / 롹커 무대처럼 때려 부셔 / 롹커 무대처럼 때려 부셔


그냥 자고 싶어 니 연락 씹고 과자나 까먹고 그냥 누워 있었지
난 살고 싶어서 널 사랑했고 이젠 귀찮아서 그냥 누워 있었지
나도 살고 싶어 니 연락 씹고 슬픈 영화나 보며 그냥 누워 있었지
잠에 들고 싶어 화장을 지웠어 비누가 다 떨어져서 난 울고 있었지
- 우결 中



 

4집 <졸업식(2018)>


졸업하는 트랙리스트 가이드라인

우주정복(feat. OLNL) 감히 무언가가 WYBH을 대표한다면 바로 이 곡. '졸업' 전의 곡이라는 점도 염두에 둘 것.
졸업(feat. 죠지)[Title] 자살 예고 곡.
내가너를사랑하지않는다는것은망할너의친구들의아이디어같아(feat. 김승민) 제목 그 자체.
인체의신비 육체예찬, 성도착증, 애인해부, 그리고 당신의 해석은?
wewantourmoneyback(feat. Young B, Kid MIlli) 위원할머니백 위원할머니백.
입씨름(feat. Sik-K) "오늘 너가 뭘 먹었는지" 그리고 이어지는 두 개의 발상.
히키코모리 포스트 아포칼립스 로맨스.
Yougottheswag 유갓, 더 스웩, 더 스웩 유 갓.
Vv(feat. OLNL, 최엘비) 아 이것도 있었지... 그럼 WYBH 의 대표 둘. 훅 그 자체.
바보상자스타(feat. 김승민) 앞으로도 댄스곡 욕심 내주길. 퓨처 댄스 힙합.
고속 제2의 '성인'. EP <신고식 5곡>의 타이틀.
섞어(feat. 최엘비) high tension tragedy를 원한다면 취할 것. "난 쓸데없는 생각들을 토했어 머리를 비우고 나니까 멍청해져"
농밀(feat. 매드클라운, OLNL, 한요한) '농밀'한 노래 중 최고. 피쳐링 파트가 재미있다.
우주 우주비행2의 remix.
암인 I'M IN TROUBLE의 remix. 어쩌면 원곡 이상.

마지막 헛소리

2집과 마찬가지로, 4집은 외부 프로듀서들의 손을 거친 곡들로 채워졌다. Louie Lastic, GroovyRoom, Big Pie부터 WYBH의 Fisherman, Dnss, Lemac, Minit, Coa White까지 앨범에 참여했다. 참여진의 구성에서 드러나는 만큼 WYBH의 색깔이 짙어, 기리보이가 여전히 우주에 발을 딛고 손을 뻗고 있음을 알 수 있지만, 우주의 실체는 전보다 훨씬 더 명확해졌다. 그는 WYBH과 조금 더 함께하고-그는 더 우주비행하고-, 이제 우주는 비행의 대상이 됐다. 음악은 우주에 종속되는 수준을 넘어, 능동적으로 우주를 비행한다.
한편 졸업식의 모든 것은 졸업으로 집약된다. 첫 곡에서 '우주비행'을 시도한 후, 이어지는 타이틀 곡의 '졸업'은 명백하게 죽음(자살)을 의미한다. 훅의 '위로 위로 멀리 저 구름 위로 멀리', '멀어지는 공기와 흐려지는 빌딩' 외에도 '동그랗게 매달린 밧줄은 목걸이 같아', '욕은 하나도 없어 입에 수건을 물었지', '거울을 보면 네가 내 턱에 면도칼 대고 있어' 등 죽음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것들은 결국 '너에게 돌아가'는 행위이다. 따라서 '나'는 기꺼이 '졸업을 택'한다. '완성', '자유', '천사', '아침' 등 긍정적인 어휘로 쓰인 '졸업'의 성공은 곧 '우주비행'의 성공을 의미한다. 그리고 다음의 곡들은 그 성공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훌륭하게 비행한다. 최고급 우주선 안에서 바깥의 우주를 관조하는 것처럼, 세상의 풍파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얽매이지 않은 언어로 그것을 노래한다. 따라서 감정은 덜 노골적이고 언어는 더 간접적으로 다가온다.
띄어쓰기 없이, 숨가쁘게 적힌 제목들은 '졸업' 혹은 '우주비행'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기리보이의 다음 식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취取향

우주정복 우린 달의 표면을 밟을 거야 / 저기 지구는 정말 너무 작을 거야 / 우리가 했던 고민들은 너무너무 작을 거야 / 너의 눈이 너무 바다 같아서 지구가 잠깐 그리워졌어
히키코모리 근데 진짜 멍청한 건 창문 밖에 / 쟤네 진짜 이해 안돼 / 진짜 beautiful life beautiful life / 먹고 자고 안주 진짜 beautiful life / 난 살아 beautiful life beautiful life / 먹고 자고 안주 진짜 beautiful life / 난 살아 beautiful life beautiful life / 눈 뜨면 네가 옆에 진짜 beautiful life / 난 살아 beautiful life beautiful life / 죽음이 우리 앞에 진짜 beautiful life
고속 불행하고 또 행복해도 너무 외로웠던 뻥 뚫린 이 대로 / 나는 고속도로 달려가지 고속도로 / 내 앞길 생각밖에 할 수 없지 뭐 / 음악 듣는 것이 이젠 조금 질려버려도 / 이게 내가 아니고 저게 나였을지도 / 몰라 그냥 돌아가고파


우린 존재함에 슬퍼 모든 것은 해결됐어
이제는 감동에 벅차 울어
대체 뭐 땜에 울고 고개를 숙였는지 몰라도
이젠 영원한 너 땜에 웃어
너 너 땜에 웃어 이제 허물은 없어
모든 것이 환영 같고 감동에 여운이 넘쳐 흘러
우린 이걸 원했던 거야 너무 간절하게
살아있단 것은 너무 아픈 상처 같아
- 졸업 中
  


  위에서 소개한 정규 앨범이 부담스럽다면 알차고 뚜렷한 구성의 EP 앨범 <외롬적인 4곡(2015)>, <기본적인 3곡(2016)>, <신고식 5곡(2017)>과, 올해의 신보인 <2곡(2018)>과 <3곡(2018)>을 추천한다. 그 외에도 싱글 앨범 <호구(2015)>, <예쁘잖아(2016)>, <술자리(2016)>은 꼭 들어볼 것. 그 외에아끼는 참여곡들에는 다음이 있다. 저스트뮤직 'Rain Shower Remix', 프롬과 함께한 '서로의 조각', 정기고와 함께한 '소란했던 시절에', 긱스의 '가끔', 그루비룸의 'Tell Me'.
  필자는 한 친구와 기리보이 자살하면 동반자살하기 동맹을 맺었다. 그 친구 또한 기리보이의 팬이다. 우리는 장난 반 진심 반이었다. 그의 노래에 열광하고 울고 웃고 이새끼 천재인지 컨셉인지 모르겠다 욕하면서도 나는 어떤 노래들이 진심이 아니길 빌었다. 사람들이 '찌질보이'라는 말로 그의 감성을 가볍게 소비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이 글과 이 글에서 다룬 것들이, 내가 소개하는 기리보이가 기리보이의 중심핵은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걱정하고 걱정하기 위해 글을 썼다. 사람을 취하는 노래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그가 지나치게 취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면서.
  이상 퍼렐 윌리엄스, 검정치마, 버벌진트, 스윙스, 못, 비프리, 오버클래스, 자이언티, 히치하이커, 신화, 김동률, 휘성, 거미, 빈지노, 지코를 좋아한다는, 지난 6월 1일 홍대의 헨즈 클럽에서 그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몰고 다녔을 뮤지션 기리보이에게 드리는 글 마침.



2018.06.
在人, 談


기리보이 사진 출처_@giriboy91
앨범 커버 사진 출처_NAVER MUSIC
아래는 참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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