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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 Jun 03. 2019

[유월] 샌드위치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드디어 고백하고야 만다. 샌드위치를 향한 나의 맹목적인 사랑을!


와-앙 하고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와 빵의 촉촉한 질감, 야채의 아삭아삭한 식감이 잘 어우러져 입안에서 댄스파티를 연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인류 최대의 발명품 샌드위치! 다양한 재료의 하모니를 한 손에 들고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건 인간에게 내려진 가장 큰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샌드위치는 귀여운 출생의 비밀이 있다. 영국의 도박쟁이 샌드위치 백작이 도박을 멈추지 않고 배를 불리기 위해 만든 음식이 지금의 샌드위치다. 비록 아버지는 도박 쟁이었지만 샌드위치는 계속해서 정진해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노트북을 앞에 펴두고 오른쪽에는 샌드위치, 왼쪽에는 아메리카노를 두고 제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샌드위치는 꽤나 멋있고 도시적인 요리인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간편식으로 샌드위치를 많이 찾지만, 나는 샌드위치와 항상 잠깐 만나고 사라져야 하는 상황을 참을 수가 없다. 맛있는 샌드위치 집을 찾아가기도, 직접 서로 찰떡일 것 같은 재료들을 구상해 만들어 먹기도 한다. 도서관에 가면 괜히 샌드위치 레시피가 가득 담긴 책을 펼쳤다 닫았다 하며, 샌드위치 달인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 두 손을 꼭 쥐기도 한다. 다들 믿을진 모르겠지만, 샌드위치는 만나는 상황에 따라 함께 하는 음료에 따라, 재료의 궁합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고  독특한 매력을 뿜어낸다. 오늘은 샌드위치를 아직까지 완벽히 즐겨보지 못한 여러분에게 샌드위치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잇팅 포인트를 소개한다! 그 순간들을 모두 처음 마주할 당신이, 첫 순간의 감동을 느낄 당신의 혀끝이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부럽다.


아주 개인적 취향, 그래도 가장 사랑하는
-타마고산도와 단호박 샌드위치


여러 잇팅 포인트를 소개하기 앞서 언제 먹어도, 어디서 먹어도,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내 취향 저격 샌드위치들을 소개한다. 이들을 먹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귀찮음도 쉬이 감수해버리고 만다. 매일 이것들만 먹는다 해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아이들. 편애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


타마고 산도(たまご サンド)

연대 서문 wake cup의 타마고산도


먹으러 일본까지 감. 타마고 산도와의 감동적 만남!


연대 서문 WAKE CUP의 타마고산도: 타마고산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계란을 마치 크림처럼 부드럽게 으깨어 빵 사이에 채워 넣은 것, 달달 부드럽고 폭신한 오믈렛을 빵 사이에 끼워 넣은 것, 달걀을 살짝만 익혀 조심히 잘라 빵 사이에 예쁘게 얹어 놓은 것 등. WAKE CUP의 타마고 산도는 처음 먹어보는 오믈렛형 산도였다. 우유 향이 가득 나는 부드러운 식빵에 포슬포슬한 오믈렛은 한 입 베어 물면 흩어져 사라져 버린다. 입에 달걀 향이 살짝 밸 때쯤, 새콤한 레모네이드 한 모금을 들이켜면 천국을 잠깐 구경할 수 있다.

- 후쿠오카 세븐일레븐의 타마고산도: 거짓말 1%정도 보태서, 타마고산도를 먹겠다는 열망으로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동행자의 취향은 아니라서 내가 모두 다 먹고, 먹으면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달걀의 풍미에 탄성을 질렀다..! 괜히 욕심을 내 한 개를 더 샀는데, 결국 먹지 못하고 상해버렸다. 크리미하고 찐-한 달걀의 향, 동시에 비린내를 잡은 기술이 타마고 산도의 본고장이라 할 만했다.

- 빽다방 계란사라다빵: 타마고 산도의 이름을 하고 있진 않지만, 한국에서 먹었던 것 중 가장 찐한 달걀향을 품고 있던 빵. 우유 식빵 대신 핫도그 빵이 쓰이는데, 타마고산도의 핵심은 있는 듯 없는 듯 녹아 없어지는 우유 식빵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조금 아쉬운 맛.



단호박 샌드위치

스타벅스 단호박 샌드위치


손수 만든 단호박 샌드위치와 마테차


스타벅스 단호박 샌드위치: 스타벅스의 단호박 샌드위치는 네이버 연관 검색어에 뜰 정도로 인기가 많은 메뉴다. 크리미하고 달콤한 단호박 무스가 초록의 야채, 빨간 토마토, 고소한 소스와 한 데 어우러져 입안에서 불꽃놀이를 연다. 배가 고픈 날이면 어김없이 이 메뉴를 떠올리며 스타벅스로 발걸음을 옮긴다.

- 수제 단호박 샌드위치: 스타벅스의 단호박 샌드위치를 따라잡겠다는 일념으로 만들어 보았다. 단호박을 쪄서 으깨고, 오이를 잘라 넣고, 달걀을 삶고 다져서 섞었다. 마요네즈 대신 요거트를 써서 버무리고, 건강을 위해 통밀 식빵 위해 로메인을 겹겹이 쌓아 올렸다. 한 입 베어 무니 스타벅스의 맛은 따라가지 못하지만, 뿌듯함은 가득했다. 그리고 또다시 알게 된 사실은 만들어 먹는 것보단 사 먹는 게 싸다는 것. 느끼한 단호박의 끝 맛을 마테차가 깔끔하게 잡아주었다.


SIMPLE IS THE BEST
-소인에겐 아직 한 장의 식빵과, 잼, 치즈가 남아있습니다


홍루이젠(HUNG RUI CHEN)

대만 국민 샌드위치 홍루이젠. 딱 햄, 치즈, 빵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 홍루이젠: 대만 국민 샌드위치라고 불리는 홍루이젠. 한때 큰 열풍을 끌어서 궁금한 마음에 시도해보았었다. 샌드위치는 자고로 풍성한 야채와 한 입 가득 베어 물었을 때의 풍미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라,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부드럽게 녹아버릴랑 말랑하는 하얀 우유식빵과, 치즈, 햄 그리고 얇게 펴발린 생크림의 조화는 정말...! 단순한 재료들이 만나 최고의 시너지를 내는 똑똑한 샌드위치다. 들어간 재료가 적을 수록, 꿀떡 넘긴 후에 입안에 남는 여운이 진하다는 미스터리. 역시 심플 이즈 베스트 인가보다.

* 가격은 모두 1700-1900원 사이.


TIP) 홍루이젠과 같은 얇고 부드러운 샌드위치는 어색한 사람과 먹기에 딱이다. 입을 조금만 벌려 먹을 수 있고, 야채가 삐져나올 염려도, 빵 부스러기가 흩어져 내릴 걱정도 없다.


추운 날씨도 우릴 갈라놓을 순 없어
-따뜻하게 데워 먹는 샌드위치


파리바게트(PARIS BAGUETTE)

따뜻한 샌드위치들.


파리바게트 데워먹는 샌드위치들: 파리바게트에선 갓 고른 빵을 오븐에 데워준다. 빵은 고소하고 딱 좋게 바삭거릴 만큼 데워지고, 속의 내용물도 먹기 좋은 온도로 알맞게 준비된다. 그날그날에 따라 어울리는 음료를 고르고, 호호 식혀서 조심스럽게 베어 무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잘 만들어진 요리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풍요롭다. 파리바게뜨는 지점마다, 날마다 샌드위치의 종류가 조금씩 다른데 이름은 모르더라도 그런 작은 변화들이 매력적이다.

*가격만 조금 내렸으면 좋겠다.


이동하면서 출출할 때조차!
-여기저기 이동할 때, 샌드위치만 한 건 없더라!


보들보들류 / 한입쏙쏙류


이동하면서 먹을 때 선택해야 하는 샌드위치의 유형은 총 두 가지다.


보들보들류: 보들보들류는, 이동의 편의를 고려해 목이 마르지 않고 한 입에 꿀떡꿀떡 넘어가는 류의 샌드위치를 말한다. 마요네즈가 가득하거나, 계란 혹은 감자가 비벼져 부드럽고 폭신한 것들. 혹은 시럽이나 버터, 계란에 적셔져 폭신하고 보드라운 식감을 가진 친구들 말이다. 이런 친구들은 먹고 나서 물을 찾을 일도 없고, 때문에 장시간의 시외버스 등을 이용할 때 화장실이 급할 염려도 적다.

한입 쏙쏙 류: 한입 쏙쏙 류는 조그맣게 잘려 있어 한입 쏙쏙 하기 좋은 사이즈의 샌드위치를 말한다. 이동 중에 큰 샌드위치를 손에 계속 들고 다니며 먹기는 불편하고, 하지만 야채와 풍성한 내용물들은 포기할 수 없을 때 선택하면 되는 유형이다. 손에 묻을 걱정이 적고 떨어뜨리거나 소스가 흐를 걱정을 덜 할 수 있다.


다시 만날 수 없어 더 아쉬운,
-미국에 두고 온 나의 친구들  


맛있어서 무려 두 번이나 찾아간


미국 한 브런치 가게의 아보카도 오픈 샌드위치: 장기간 미국 여행을 하며 빵에 질려 있을 때도, 왠지 샌드위치라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찾아간 한 브런치 가게의 아보카도 오픈 샌드위치는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맛의 모양새였다. 23년을 살면서 웬만한 음식은 이제 대충 맛을 예측할 수 있다고 자만했는데, 이 샌드위치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입안 모든 재료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강렬히 뿜어내고 있었다. 고소한 아보카도 향으로 시작해서 향긋한 바질 향이 올라오고, 오렌지의 새콤함이 느껴질 때쯤 석류의 달콤함이 입안을 감싸 안는다. 이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맛의 찰나를 내 눈앞에 보여주고 있었다. 쉬이 올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미국을 떠나오기 전 다시 한번 들렸다.


두 번이나 간 에사 베이글


- 에사 베이글의 연어 베이글 샌드위치: 에사 베이글은 뉴욕의 명물이다. 뉴욕 3대 베이글 가게로도 꼽히는 에사 베이글은 아침 출근 시간, 브런치 시간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눈앞에 엄청나리만큼 많은 종류의 재료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나와 동행자는 실패하지 않는 이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를 시켰다. 크림치즈와 케이퍼, 연어 듬뿍과 토마토, 그리고 갈릭 베이글의 조화는 태어나서 먹어본 베이글 샌드위치 중 단연 최고라고 말할 만했다. 그리고 함께하는 아이스커피는 베이글이 물릴 때쯤 입안을 다시 돋워준다.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끼리 서로 자연스럽게 말을 섞고 아침 시간의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나에게 이 샌드위치는 기억된다.


그 외에도
-수많은 샌드위치가 기다리고 있다


야채 듬뿍 건강을 생각할 때,


샐러디 치킨랩 - 소스를 덜 넣어달라고 하면,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서브웨이 샌드위치 - 보통 터키나 치킨브레스트를 먹고, 기분이 좋은 날엔 이탈리안 BMT를 먹는다


직접 만든 샌드위치들,


내 맘대로, 먹고 싶은 재료를 가득 담아!


실패한 샌드위치도,


- 통밀 닭가슴살 계란후라이 오픈 샌드위치: 상상도 못했던 맛. 머리 위로 수많은 물음표가 떴다.




세상은 넓고 샌드위치는 많기에, 나의 샌드위치 정복의 꿈은 아직도 멀고 아득하기만 하다. 죽을 때까지 모든 샌드위치를 맛보지 못하리라는 불안감과 함께, 영원히 새로운 맛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안도감도 든다. 여러 재료들이 모여 아름다운 맛을 만들어내고, 개별 재료로는 느끼지 못했을 맛을 창조해내는 똑똑하고 대견한 샌드위치. 나도 언젠가 샌드위치 속 야채 하나 정도의 역할은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오늘도 샌드위치를 정복하러 간다.


실제로 글을 마무리하며, 갑자기 땡겨 먹은 샌드위치.


5월 중순, 샌드위치 산에 파묻혀있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유월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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