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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사람

by 영주

1.

언젠가 아껴둔 돈과 시간, 마음은 어디선가 낭비되기 마련이다. 악착같이 모아둔 것들을 어느 순간 훌훌 써버리고 후회 비스름한 감정을 느끼며 낭비의 원인을 찾아보려 한다. 그건 그저 기질적인 충동성일 수도, 무의식에 숨어있던 반항심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절약과 낭비가 어느 정도의 균형을 이루어 하루를 굴러가게 하고 있다. 신이라는 형상의 절대적 존재가 평생 쓸 것들을 정해두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만큼만 쓰고 돌아가게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2.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더하기보다는 덜어내는 것에 정성을 들이는 것이 좋다. 누군가에게 읽히길 바라는 글일수록 어디선가 좋아 보였던 온갖 표현들을 다 써내리기보다는 다음 기회를 노리며 하나 둘 다시 주워 담아두는 편이 좋다. 지금 쓴 글은 내일이 아니라 당장 몇 시간 뒤에 읽어도 낯설게 느껴지곤 한다. 내 글이 내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는 예쁜 포장지를 최대한 벗겨 진짜 내 모습이 담기게끔 하는 편이 좋다. 일단 나부터 잘하자!


3.

일상의 모든 것이 사유의 소재가 된다. 사유하지 않는 사람은 내겐 썩 매력적이지 않다. 세상 모든 것에 의문을 품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동시에 신이 난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잘 간직하고 있다가 하나씩 꺼내 글을 쓰거나 나와 비슷한 향이 나는 사람과 대화로 풀어나갈 때 느껴지는 삶의 충만함. 그것이 모든 게 불완전한 내 삶을 끌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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