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른에 대한 설명이 분분하지만, 나에게 어른은 자연스러움으로 정의된다. 어른, 그러니까 성숙한 사람은 알맞은 모습으로 상황을 대한다. 누군가는 가식이라는 단어로 어른의 처세술을 비난할지 모르지만 내게 어른의 자연스러운 꾸밈은 늘 동경의 대상 이어왔다. 버튼을 누르면 음성이 튀어나오는 인형처럼 때에 맞는 말과 행동을 부대끼지 않게 보이는 것이 내게는 성숙이고 어른이다. 솔직함을 명분으로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그들 안에 주먹을 불끈 쥐고 휘두르는 어린아이가 보이는 듯하다.
2.
몸의 끝에서 끝까지 중심이 잘 잡혀야만 서고 걷고 편안히 숨 쉴 수 있다. 중심이 연약하면 누군가의 가벼운 한숨에도 맥없이 쓰러져 다시 일어나기가 고되다. 중심잡기도 연습이 필요해서 몇 번이고 구르기를 반복해야 감이 잡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완전한 균형은 넘어지기 두려워 온몸이 긴장할 때가 아니라 편한 숨을 고루 쉬며 이완할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 점 뚫어져라 응시하는 눈과 몸의 끝에서 끝까지 왕래하는 숨, 바닥에 뿌리내려 단단히 받치고 있는 다리를 가진 이는 바깥의 지저귐에도 흔들림이 없다.
3.
살아온 모든 시기에 늘 열등감이 함께였다. 고운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친구 옆에 오빠가 입던 남아 옷을 입은 내가 초라했고, 예쁜 손수건을 감싼 통에 오렌지주스를 얼려온 친구에게 한 모금을 구걸하는 내가 미련했다. 더 크고 나서는 구김살 없이 웃으며 모두의 관심을 받는 친구에 비해 항상 어딘가 그늘진 내 얼굴이 못나 보였다. 요즘도 열등감을 벗 삼아 사는 습관은 고치지 못했지만 어떡하면 이 모난 감정을 잘 구슬려 내가 더 크는데 쓸 수 있을지 궁리 중이다. 내 열등한 점들을 모두 모아 하나 둘 우등의 기준에 맞추다 보면 좀 더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