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음이 분명한 게 멋진 건 줄 알았다. 내가 어떤 사람과 상황을 싫어하는지 과장하며 장황하게 설명하고 나면 꼭 자기만의 취향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제는 세상에 싫은 것투성이인 삶이 아깝다는 것을 안다. 싫은 게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지도 지금은 안다. 어쨌든 느껴지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감정은 말로 표현하는 순간 원래의 정도보다 부푼다. 내가 나를 속이지 않기 위해 싫음을 곱씹어 보고 딱 그 정도만 미워하자. 세상에 미워할 것보다 사랑할 것이 분명히 많다는 사실도 잊으면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