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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by 영주

1.

세상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 떠드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다 아는 냥 말하는 이는 그 무엇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셈이다. 내면이 건강히 익은 사람은 겸손함을 유지하면서도 결코 비굴해 보이지 않는다. 모든 이치를 통달한 듯 인생을 논하며 참견하기를 참지 못하면 머지않아 속이 텅 비어 내실이 없다는 것을 들키고 말 것이다. 살아가며 깨달은 바는 이따금씩 떠올리며 몰래 담아두었다가 귀한 손님이 찾아왔을 때만 정중히 따라 드려야 가치있게 머금어질 수 있다.


2.

같은 맥락에서 '눈치 빠른 사람'이라 확신하며 살아왔던 지난날이 후회스럽다. 눈치 없음을 죄악시하는 사회에서 나름대로 살아남고자 분투했다. 오만하게도 스스로 눈치가 빠릿하다 자부했는데, 내가 제 눈에 안경 식으로 판단한 것들이 사실은 사실이 아니면 어쩌지 하고 덜컥 겁이 난다. 이를테면 누군가 나를 미워함을 눈치채고 단호하게 잘라 낸 관계가 사실은 내 마음속 증오가 상대에게 투사된 결과일 수도 있겠다. 마찬가지로 사랑받는다 느낀 순간들이 내 사랑이 그에게 비추어 오해한 것일 수도. 몸과 마음이 건강한 날에는 세상 모든 미물들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조금만 병들어도 금세 모나진다. 내 의식이 변하면 세상 보는 눈도 바뀐다. 자아를 덜어내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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