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양과 깊이가 늘 비례하지는 않다. 많다고 해서 깊지는 않다는 뜻이다. 상념이 꼬리를 물어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렇다 할 결론은 없고 끝이 허무하다.
몇 마디 말로도 움찔하게 하는 이들은 대게 몇 안 되는 생각으로도 깊은 술을 떠낸다. 실속 없는 이들은 얄팍한 생각들로만 헛배가 잔뜩 불러있다. 텅 빈 공터를 공회전하듯 먼지만 풀풀 풍기며 떠돈다. 의미 없이.
생각하는 방법도 습관이고 습관이 삶을 결정짓는다면 언제나 생각의 가성비를 챙기며 살야야겠다. 순간을 결정짓는 선택을 미루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크고 작은 회피가 구르고 굴러 숨어있던 우울이 봄을 맞아 싹트게 한다.
최근의 경사가 나를 너무 들뜨게 만들었다. 조금 더 차분해질 필요를 절감한다. 새로운 시작과 달라진 일상이 내가 좋아하던 예전의 나를 잊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집 안팎으로 가면을 고쳐 쓰는 것이 사는 것인가 싶다. 빈도를 줄이고 깊이를 더하자. 조금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