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함께하는 시간
꽃은 손의 열에도 쉽게 지치기 때문에 겨울에 더 예쁜 모습을 오래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배운 계절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여름이었다. 그래도 꽃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주말을 일주일 내내 기다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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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마음이면 된다. 내가 알아본 플라워 클래스들은 모두 꽃가위와 당일 수업에 필요한 부재료들을 제공했다. 생소한 꽃 이름이 쏟아질 때 기억하고 싶은 꽃의 사진과 이름들 만이라도 기록해 두는 게 좋다. 지나가고 나면 다시 찾기가 꽤 힘들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당일 완성품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메인이 되거나 기억하고 싶은 꽃 이름들을 같이 남겨두었다. 어차피 모든 것을 기억하는 건 무리다. 하다 보면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이름들이 있는데, 그런 건 자연스럽게 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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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직클래스는 꽃과 친숙해지기 위한 리스, 박스, 바스켓, 핸드타이(돔,플랫)로 구성되어 있다. 그에 비해 조금 더 심화된 과정의 디자인 클래스에서는 햇박스, 토피어리, 화병 꽂이, 화기 꽂이, 부케 등 다루는 사람의 색깔이 조금 더 보일 수 있는 타입을 경험할 수 있다.
당일(또는 전날) 시장의 꽃 상태에 따라 수업의 구성이나 컬러가 조정된다. 꽃을 배우며, 나는 장미와 유카리툽스 종류만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줄기가 단단한 장미류는 오래 볼 수 있고 말리기도 비교적 쉽지만 굵어도 무른 줄기의 백합 등은 오래 보기 어렵다고 한다. 같은 종이라도 국산과 수입산이 있고 가격도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나중에 플라워샵에서 누군가를 위해 꽃을 구매할 때도 유용할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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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림을 참고 연출한 사진을 찍어본다. 꽃이 가장 아름다울 시간은 길지 않으니 사진으로 많이 남겨둬야 한다. 공방 구석구석이 자연스러운 포토존이니 그 어디에서 찍는 것보다 예쁜 결과물이 나온다.
처음 선생님이 준비해주신 꽃을 다 어레인지 하지 않더라도 남은 꽃을 예쁘게 싸 주신다. 그 양도 작은 부케 하나 정도니 정말 푸짐하다. 10주 동안 나 혼자 꽃을 보기는 아까우니 가끔 사무실에도 가져가고 수업 후 만나는 친구에게 건네기도 한다. 꽃을 배우는 동안은 주변인들도 함께 즐겁다.
수강생끼리도 첫 수업은 어색할지라도 매주 보게 되면 친분이 생긴다. 나와 같이 베이직과 디자인 클래스를 모두 들으신 수강생분은 마지막 날 직접 조향 한 방향제를 선물로 주셨다. 수업 후에는 서촌의 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책을 쓰시는 선생님을 꼬드겨 커피와 수다를 떨러 가기도 했다. 한동안 서촌 사랑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여름의 중심에는 역시 사람과 인연이 있었다.
최근 잠시 플라워 클래스를 운영하지 않고 있는 베르씨빌라쥬는 연말쯤에 선생님이 근처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하시면 플라워 클래스를 재운영하실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은 캔들과 밀랍플라워 등의 수업만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