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4_마카롱 체험(단편)

달콤한 선물

by 일랑



회사 지원으로 마카롱 만들기를 체험할 기회가 생겼다. 반차 내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라 어느 금요일 오후 사무실을 박차고 나와 안국역으로 향했다. 삼청동은 내가 스물 다섯 즈음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인데, 솔직히 기억하기 싫은 좋지 못한 과거라 익숙한 풍경이 보이자 섬찟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삼청동, 공방이 위치한 동네로 간다
소담한 사이즈의 '아뜰리에 너프'

공방 위치는 좁은 도로에서도 한차례 더 들어간 곳이라 지도상에서는 도착이라는데 찾을 수 없어 한참을 헤매었다. 마카롱 공방은 동생분이 운영하는 옷가게와 맞붙어 왠지 엄마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곳이다. 원래는 두 세 명 정도 함께 수업을 듣는데 마침 내가 예약한 날짜에 누군가가 취소하는 바람에 선생님과 오붓한 1:1타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회사에서나 도도하네 차갑네 하는 평을 듣지 사실 밖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과도 수다를 잘 떠는 편이다. 그래서 사실상 마카롱은 선생님이 만들고 나는 수다만 떨었다.


머랭을 치는 방법, 만들게 될 마카롱의 타입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듣고 레시피를 공유받는다. 만들어보고 싶었던 마카롱의 컬러도 선생님과 상의할 수 있다. 원래는 필링의 맛을 상상할 수 있는 컬러를 쓰기 마련인데 (예를 들면 블루베리 필링은 연보라 마카롱이듯) 선생님이 이미 캐러멜 필링으로 준비해두셔서 컬러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가기로 했다. 마카롱에 제일 무난한 파스텔톤으로 정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정말 딥한 네이비나 보라색도 해보고 싶다.

레시피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반죽이 꺼지지 않게 조심해서 컬러를 섞고
틀에 짜 넣을 준비를 한다

동그라미에 맞게 반죽을 짜 넣고 장식을 한다. 캐릭터 모양으로 만들기도 가능하지만 개인적인 취향 상 그냥 심플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도 아쉬우니 몇 개에만 이것저것 올려보는 걸로.

오븐에서 금새 구워진다
짝을지어 늘어놓고 필링을 넣는다

나는 초보이기 때문에 틀에 짜 넣을 때 양조절이 일정하지 못해서 상하 짝 사이즈가 들쭉 날쭉했다. 최대한 작은 건 작은 것끼리, 큰 건 큰 것끼리 짝 지어놓고 하짝의 중앙 부분을 깨지지 않을 정도만 살짝씩 눌러 필링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준다. 상짝을 덮어주면 완성.

포장까지 끝난 완성품
달달한 선물 배달갑니다


완성품은 동료들과 당시 수강 중이던 플라워 클래스에 가져가 선물로 배포했다. 하지만 그중 반은 마카롱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야금야금 드셔 버렸다는 후문.


마카롱을 만드는 자체보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다. 선생님의 프랑스 유학시절 이야기, 삼청동으로 오기 전 더 크게 운영했다던 공방... 손재주 있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사회를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존경심과 부러움이 가득했던 금요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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