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정말 오랜만에 시계를 차고 나왔다.
약이 없어 멈춘 것도 모르고 말이다.
다음날 다른 걸로 차려고 보니
웬걸, 이것도 약이 없는 게 아닌가.
내가 가진 세 가지 시계를 모아놓고 보니
모두 멈춘 상태다. 이럴 수가 있나.
금은방에 한꺼번에 가져다주고 약을 갈아 오니
오히려 덜 번거롭다는 생각은 들었다.
약을 교체한 시계는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멈추어있던 내 시간도 다시 가기 시작한다.
내 시간이 멈춘 줄도 모르고 있었다.
너무 고통스러워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은 과거에 두고
약을 갈아 다시 살아갈 것이다.
후련하다.
약만 갈면 잘 가는 건데
미련하게 버텼다.
하마터면 내 삶 자체를 잃어버릴 뻔했다.
그전에 알게 되어 다행이다.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