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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Jun 23. 2020

일기 80

시계





정말 오랜만에 시계를 차고 나왔다.  

약이 없어 멈춘 것도 모르고 말이다.

다음날 다른 걸로 차려고 보니

웬걸, 이것도 약이 없는 게 아닌가.


내가 가진 세 가지 시계를 모아놓고 보니

모두 멈춘 상태다. 이럴 수가 있나.

금은방에 한꺼번에 가져다주고 약을 갈아 오니

오히려 덜 번거롭다는 생각은 들었다.




약을 교체한 시계는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멈추어있던 내 시간도 다시 가기 시작한다.

내 시간이 멈춘 줄도 모르고 있었다.

너무 고통스러워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은 과거에 두고

약을 갈아 다시 살아갈 것이다.

후련하다.

약만 갈면 잘 가는 건데

미련하게 버텼다.

하마터면 내 삶 자체를 잃어버릴 뻔했다.

그전에 알게 되어 다행이다.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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