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중 일기

난임 중에 쓰는 나의 난중일기

by 향기녀


요즘 맛있는 걸 먹어도 좋은 걸 봐도 멋진 글귀를 읽어도 어째 마음이 헛헛하다. 고요에 있을 때만이 마음이 비로소 평온하다. 아직 이루지 못한 숙제가 내 마음을 괴롭힌다. 새해이고 또 봄인데 힘이 안 난다.


내 나이 38. 늦었다면 늦은 나이. 재 작년 눈 나리던 겨울 늦은 결혼을 했고 1년간 행복한 신혼을 만끽하며 2세 준비에 열심을 기했다. 좋다는 영양제에 음식 운동 한의원 등 여러 가지 시도들에 열심을 다했는데 결과는 ‘원인불명‘의 난임. 이 나이 때 여성에게는 안타깝게도 감기처럼 오는 것이라며 아주 건조하게 의사 선생님은 말씀하셨지만 그날 나의 세상이 무너졌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결국 시험관을 시작하게 되었다. 시험관은 시간 싸움이라더니 높은 업무강도의 회사 생활을 병행하며 행해내기는 녹록지가 않았다. 처음 하게 된 시험관은 매일 주사 맞는 일부터 시술까지 몸이 고되고 많이 아팠다. 어째 몸무게는 늘어만 갔다. 무엇보다 마음이 많이 힘들고 지쳤다. 희망과 기대 좌절이 반복되는 사이클 속에 나는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갔다.


가진 적도 없는데 잃어버린 기분은 뭘까. 난생처음 겪는 상실감에 헛웃음이 났다. 조울증인가 싶을 정도로 하루 종일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했다. 그 옆에서 날 웃게 해 주려 남편은 연신 재밌는 춤을 춰댔다. 방긋 웃으며 지나가는 보송보송한 아기만 봐도 괜스레 눈물이 났다. 다들 마음 편히 가지라는데 내가 마음이 조급했다. 안 좋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혼자 만든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언니는 그런 나를 보며 “조급한 마음을 가진 엄마에게 어떤 아기가 오고 싶겠어. 다 때가 있으니까 기도하며 기다려보자” 했다.



그렇다. 다 때가 있다. 열매가 다시 열릴 것이라고는 큰 기대 없었던 우리 집 레몬나무도 향긋한 꽃망울의 시절을 지나 초록 열매의 시절을 지나, 혹독한 겨울이 되어서야 탐스러운 노란 열매를 내어주었다.


“아! 그렇지 사람도 열매도 브랜드도 아기도 뭐든지 다 때가 있지. 그렇지.”


기분 좋게 기다리기로 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축복의 시간으로 받아들이자. 사랑으로 몸과 마음을 채워보자.


살면서 나는 내가 생각한 방향이 맞다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혹은 늦더라도 마음과 뜻이 있다면 하늘과 공명하여 언젠가는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유 없고 근거 없는 긍정 마인드. 그런데 어째 이 일에서 만큼은 내 마음이 편치가 않고. 하루하루 나이 먹어가는 이 현실이 야속하고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기 천사를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우리 세 가족을 그려본다. 성별은 모르니까 보라색. 천천히 호흡하자.

글은 치유에 힘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와 같은 비슷한 이유로 오늘도 힘들어하고 있을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싶어 난임 중 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글을 쓰면서 내 감정과 생각을 돌보고 나 스스로 위로하고 다독여 본다. 원인불명의 난임으로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고충을 나누고 또 그 힘든 여정 속에서도 힘과 희망을 잃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원하는 도착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언젠가 나에게 올 복덩이를 기다리며. 얼마나 이쁠지 상상이 안되네. 배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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