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는 무언가를 이룰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20대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나이가 되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내게 한탄을 하기도 하고, 질문을 하기도 한다. 나도 잘 모르는데. 나도 잘 모르겠는 20대와 취업의 상관관계. 그렇지만 내 생각은 다음과 같다.
인간관계까지 막대할 필요는 없다. 20대에는 무언가를 이룰 필요가 없다.
내가 참 좋아하는 그룹이 있다. 누군가 내게 그 그룹이 왜 좋아?라고 물어본다면 '그냥 사람들이 좋아서.'라는 추상적인 답변 말고도 보다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그 그룹의 사람들은 한결같아서.'
여기서의 한결같다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요즘은 취업 빙하기 시대이다. 취업을 하면 승자가 되고, 취업을 못하면 패자가 되는 듯하다. 내 주변의 친구들, 선배들도 취업이 안되거나 하면 연락이 잘 닿지 않고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음을 이미 많이 경험했다. 뭐 이런 태도에 있어서 상처받았거나 기분 나빴다는 뜻은 아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사람들이 달라 보이고, 특별하게 보이는 것 또한 당연하다 생각한다. 자신이 취업이 안되었어도 '아, 요즘 힘들다. 술 한잔 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이 취업이 안되었어도 그 인간관계에 별 다른 변화가 없다면?. 그러니까 즉, 이 그룹의 인간관계는 취업 하나로 인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내가 참 좋아한다는 것.
그러니까, 그렇게 까지 해야 할까 싶다. 취업이 안되면 스스로를 더 작게 만들어버리고 누군가를 만나기에 부끄러워하면서 취업에 성공하면 그제서야 무너진 인간관계를 회복하려 하는. 내가 이게 답이다 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생각은 든다. 뭐,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20대에 무언가를 이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현실적으로 요즘 20대에 무엇을 이루기가 참 쉽지가 않다. 이것저것 다 해보고, 방황할 만큼 해보고, 경험할 만큼 해보고 제대로 된 정답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족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직 학생인 내게는 2번의 회사생활 경험이 있다. 첫 번째는 한 교육회사에서 온라인마케팅을 담당했고, 두 번째는 온라인 광고 에이전시에서 검색광고, 디스플레이 광고를 담당했다.
첫 번째 회사는 근무환경이 너무 최악이었다. 새벽 2시 퇴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 야근을 하지 않으면 일을 안 한다고 치부해버리는 문화, 매번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업무. 거기서 한 가지를 느꼈다. '아, 이 곳에서는 내 업무 커리어를 축적시키기 힘들겠구나.' 그곳에서의 3년 뒤의 내 모습을 그려보았는데, 참 별로였다.
두 번째 회사는 첫 번째 회사보다 환경은 너무 좋았지만 업무가 나와 맞지 않았다. 입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검색마케팅의 업무구조. 엑셀에 숫자를 빠르게 입력해서 넣으면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구조. 딱히 숫자에 능하지도 않고, 업무 스타일이 꼼꼼한 편도 아닌 나는 갑갑함을 느꼈다. 아, 갑갑한 것도 있는데 무엇보다 그 일 속에서 '재미'를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생각보다 많은 20대들이 직장에서 큰 회의감을 느낀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잘 못 버티는 사람' '남들 다 하는데 나만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주변에서는 "어딜 가나 다 똑같아." "너는 일을 재미로 하니?" "너는 불평불만만 하니?"라고 말을 하면 그에 대해 할 말이 있다기보다는 그 질문이 역으로 자기 자신에게 돌아와 스스로를 '부적응자' '버티지 못하는 자'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내게도 누군가 물어볼 법하다. "너는 일을 재미로 하니?" "너는 불평불만만 하니?"
그럼 내 대답은 이렇다. "아니, 나 일을 재미로만 하겠다고 한 적 없어." "아니, 나 불평불만만 하는 성격 아닌데.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자가 삶의 신조인데."
나는 엄청난 재미를 찾겠다고 한 적도 없고, 모든 것이 불만 투성이라고 한 적도 없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2번의 방황을 겪은 것이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학교 안 나가고 음악하겠다 이런 스토리만이 방황이 아니다. 두 번의 회사 생활을 겪으며,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을 해본 것 역시, 방황이라면 방황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그 일을 제대로 진행시켜보는 일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 일을 취업시장에서 찾으면 '브랜딩', 그리고 'PR'이었다. 특히, 프로모션 기획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고, 브랜딩 홍보, 기업 홍보 등의 프로그램을 짜는 일에서 '재미'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었다. PPT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PPT 발표하는 일은 더 더 좋아한다.
정답을 찾았으니, 내 20대는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아직 이 분야에 대해 직업적으로 시작을 한 것도 아니고, 업계에서 좋은 평판을 들은 것도 아니고, 이룬 것이 없다. 그래도 찾았다. 찾은 답에 대한 결과치는 30대에 증명 해내 보여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