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9일
어느 날은 마음이 검붉은 포도껍질처럼 뭉그러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쓰잘데기 없는 그것들을 갖다 부어 술을 담근다. 대야에 담아 밟아 다 짓이겨버린다. 우는 듯 웃는 듯 첨벙첨벙. 그러면 발목까지 핏빛 물이 들고, 씁쓸하고 어지러운 포도주가 만들어진다. 누군가 잔에 쫄쫄 따라 손잡이를 돌리면 그 애달음이 다 날아갈까. 비참함은 다 사글어 향긋해질 수 있을까. 그때쯤엔 삼키기 아깝도록 달큼해지려나. 또 낯선 이의 아랫니와 혀 사이에서 휘청휘청 속 모르고 춤추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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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by @heonynyc writing by @woveme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