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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wovewove Feb 02. 2023

<라라랜드>의 그림자.

영화 감상평

<바빌론>은 감독의 전작 <라라랜드>의 어두운 변주이다. 이번 영화에 다시 쓰인 전작의 스코어들만 봐도 딱히 그를 감출 생각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감독은 두 영화를 빛과 그림자처럼 노골적으로 대응시킨다. 아마 고전 영화에 대한 향수와 헌정은 한 번으로 부족했던 걸까.


영화는 언덕으로 옮겨지는 코끼리가 똥을 싸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얼굴에 오물이 다 튀기는 상황에도 일꾼들은 포기하지 않고 코끼리를 끌어올린다. 이러한 오프닝 시퀀스는 백 년 전 영화산업이 거대한 코끼리 똥만큼 저속하다는 간명한 은유이자 농담이다. 그 도발적인 선언은 질릴 정도로 전반부를 가득 메운다. 누군가 상하고 죽어나가도 이상할 게 없는, 인권 따윈 개나 줘버린 할리우드의 노동환경. 술, 섹스, 마약이 정신없이 뒤엉켜 있는 야만적이고 위선적인 LA의 파티 씬.


이곳에서 스타는 은막 속 환상이면서 천박한 인형에 불과하다. 그 속의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는 많은 이름들을 편집한 모자이크처럼 보인다. 넬리는 할리우드 핀업걸의 매력적인 몰락을 위한 자극적인 캐리커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젊음을 이 비즈니스에 헌납하고 사라진 그 모든 배우들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우리가 그토록 많이 구경하지 않았던가. 젊고 재능 있는 연예인을 선택했다가 제멋대로 흔들고 무심히 버려버리는 그 손짓과 관심들을.


그럼에도 넬리와 두 주인공들은 마법 같은 영화예술에 매료되어 있다. 그들은 마치 더러운 손으로 만든 요리를 탐닉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분히 어리석고 역겹게 느껴진다. <바빌론>은 그들을 고발하는 한 편 끝끝내 그들의 열정을 두둔하고 사랑한다. 애정이란 원래 거대한 주관의 영역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비이성적인 합의 안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져도 용인되곤 한다. 그리고 그 광기 어린 약속은 아주 원대하고 아름다운 환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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