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열 명은 넘을 것이다.
퍽 친하다고 여겨지는 이들에게 나의 브런치를 알려줬다.
왜 그랬을까.
지난했던 과거로 도배된 흔적이 뭐 그리 자랑스럽다고 까발렸을까.
글을 통해 지인들에게 공감받고 싶은 마음은 단 1g도 없었다.
내가 그토록 힘들었고 그 시간들을 뛰어넘었다는 것을 숨겼으면 숨겼지 알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이토록 폐쇄적인 내가 나의 브런치를 공개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책을 내고 싶어서.
학연, 지연, 혈연. 그 어떤 연도 없으니 어떻게든 책을 내줄 연줄을 만들고 싶었다.
우연을 가장한 생각지 못한 인연을 기대했다.
큐레이터 출신 친구에게 이야기하면 출판사 관계자를 알지 않을까,
광고 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말하면 어딘가 인맥이 있지 않을까.
브런치 공모전에서 입상하지 못해 튀어나온 오기였을까 객기였을까.
욕심. 욕심에 나의 이야기를 까발렸다. 그리고 지금은 땅을 치고 후회한다.
나의 글을 읽은 지인의 수만큼 검열자가 생겼다.
그들과의 에피소드를 쓰고 싶어도 자유롭게 쓸 수 없게 됐다. 글 속에 구체적인 상황이 드러나면 서로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게 중에는 나의 처절했던 개인사를 알고 나를 무시하거나 내 이야기를 주변에 떠벌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런 짓을 했건 결국 내가 제일 우려하는 상황을 현실로 만들어 준 셈이었다.
혹여 모를 출판의 기회? 그딴 건 없었다.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말걸.
그렇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한 글자도 쓰지 못하며 시간 보내진 않았을 텐데.
그래도 쓰지 않고 살 순 없어서 올해 초에는 내향적인 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연재를 했다. 그러나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꽁꽁 숨기고 지인 누가 봐도 무리 없는 검열된 내용을 담으니 대중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글을 쓸 때 제맛이 나는데 어쩌다 내 색깔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유이언의 브런치를 폭파하고 아예 새로운 페르소나로 글을 쓸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나를 응원해 준 3300명이 넘는 독자들을 등지고 도저히 숨을 수 없었다. 안 쓰면 안 썼지, 내 글의 원동력이 되어준 독자들을 배신할 수 없었다.
키보드 위에 놓인 내 손끝에는 그동안 쓰지 못한 말들이 절절 끓는다. 그러나 여전히 한 줄도 쓰지 못하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는 나의 브런치를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내가 멤버십에 글을 쓴들 궁금함에 4400원을 결제하고도 남을 수도 있으니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쓰고 싶다. 해갈되지 못한 답답함이 쌓여간다. 글로 풀어가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나의 이 고민을 독자 분들과 나누고 싶다. 앞으로 어떻게 써가야 할지, 쓸 수 있을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