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요정 대여섯

by 김민주

일찍 잠들면서 기대한 것과는 다르게 아주 늦게 일어났다. 일어나니 콧 속이 부어있는 게 느껴졌다.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았다.


한 아이가 수업 중에 갑자기 추워하기 시작하더니 급격히 컨디션이 저조해졌다. 아무래도 감기기운이 있는 모양이었다. 유치원에서도 그랬느냐, 물으니 유치원에서는 괜찮았단다. 옷을 챙겨 입혀놓고 10분 뒤면 엄마가 오실 것이니 살살하라고 했다. 10분 동안 스무 번은 족히 아이의 컨디션을 챙겼다. 그만해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끝까지 해내고 떠났다.


그 아이가 혹시 열이 나나, 이마를 체크해 보고 다른 곳이 아프진 않은지 확인할 무렵, 옆에 앉아있던 아이가 갑자기 자신의 저조한 컨디션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귀여운 녀석들 같으니라고.


이번 겨울 들어, 처음으로 패딩을 꺼내 입었다. 지난주에 선생님들과 모임을 가지고 집에 돌아갈 때 얇은 옷차림의 나를 보고 한 선생님께서 ‘민주쌤이 패딩입은 걸 보는 날에는 오늘 진짜 춥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오늘이었지만 그 선생님은 오늘의 나를 만나지 못했다. 오늘 진짜 추운 날이었어요, 선생님.


학원에서 나와서 버스시간을 확인해 보니 20분 가까이 남아있었다. 참지 못하고 택시를 타고 와 버렸다.


택시 안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지난밤에 잠도 많이 잤는데, 이렇게 피곤한 걸 보니 몸이 안 좋긴 안 좋은 모양이다. 어깨가 너무 무겁고 쑤셨다. 귀신이 앉아있는 건 아닐까? 아니, 귀신은 너무 무서우니까 어떤 요정이 대여섯 앉아있다고 생각하자. 머릿속에 반짝이는 요정들이 떠올랐다.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의 컨디션을 내게 브리핑하던 녀석을 떠올리면서, 나는 누구에게 칭얼대볼까 생각하다가 관뒀다.


오늘 다섯 명의 아이가 내 품에 머무르다가 갔다. 사실 품이라기보단 앉아있는 내 목에 매달려 있었지만. 너무 바빠서 제대로 안아주지 못했다. 귀여운 녀석들 같으니라고. 그 녀석들이 내 어깨 요정이었나? 수요일에 만나면 만나자마자 번쩍 안아줘야지. 그러려면 오늘 잘 쉬어야겠다.


무거운 어깨를 두드려 가면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기보다 노래를 듣고 싶어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그냥 그리는 것이었지만, 오늘의 내가 퇴근하고 그림까지 그린 것은 좀 대견한걸?


머리가 좀 아파서 따듯하게 이불 덮고 쉬고 싶다. 아마 시간이 좀 더 지나야 누울 것 같지만.


칭얼대고 싶어서 쓴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