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안색이 후지다

그게 무슨 말이야?

by 김민주

먹방 같은 건 잘 안 본다. 맛있는 음식점이나 카페 같은 것을 찾아보는 것도 싫어한다. 맛있는 음식 사진을 찍는 것도, 보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먹고 싶어 지니까. 그런 것들까지 좋아했다면 지금보다 30kg은 더 찌지 않았을까? 먹는 걸 참는 건 힘들다. 식탐이 많은 나. 어제도 저녁을 먹어놓고,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아침에 퉁퉁 부어서 일어났다. 라면 때문에 얼굴이 부은 게 아니고, 목과 코 안쪽이었다. 감기가 확실했다. 안돼애애애.


동생이 나갔다 오면서 약을 사다 줬다. 하나는 1회 2정, 하나는 1회 1정. 그럼 하나는 5알이나 남겠는데.


아르바이트로 그림을 그리는 동생이 맛있는 짜장면을 사준다고 해서 옆에 앉아 스케치 아르바이트를 했다. 식탐이 많은 녀석은 밥을 사주면 그림을 그린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생을 도우는 아르바이트.


사실 아직 한 장을 더 그려야 하는데, 그 한 장을 그리기 싫어서 잠시 도망 왔다. 동생이 사주는 짜장면을 먹고 나면, 다시 그릴 힘이 날 것 같다.


동생이 약을 건네주면서 내 얼굴을 잠시 보더니 '언니, 안색이 후지다'라고 했다. 안색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아파서 그래 보이는 거냐, 그냥 얼굴이 그렇다는 거냐'라고 되물어보았다. '둘 다 인 것 같다'라고 대답하는 걸 듣고 또 웃었다.


지금 생각하니까 좀 짜증이 난다. 안색이 후지다니?


나란히 동생 방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면서 시시콜콜 떠들었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말 시시콜콜한 얘기였나 보다.


대충 알아볼 수 있게만 스케치를 하려고 했는데, 자꾸 열심히 하게 되어서 힘들었다. 골골거리고 있는 나를 데려다가 짜장면 한 그릇으로 두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게 하다니. 그런데 아직 한 장이 더 남았다. 동생을 저주할 것이다.


어젯밤에, 오늘 다섯 장의 그림을 하루 만에 다 그려야 한다는 동생의 말을 듣고 '지옥이네'라고 말했다. 짜장면을 사 줄 테니 스케치를 도와달라,라는 말에 생각도 안 하고 '그래'라고 대답한 나를 저주할 것이다.


좋아하는 짜장면 집에서 스리슬쩍 탕짜면을 시킬 것이다. 달달한 탕수육과 짜장면을 생각하니 군침이 돈다. 스케치 다섯 장에 탕짜면이 생긴다? 맨날 할 순 없는 건가? 열심히 그려서 나온 스케치를 보니 뿌듯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조금 아쉬운걸?


잠깐 거울을 봤다. 안색이 후지다는 동생의 말이 이해가 된다. 이런 안색일 때 쓰는 말이구나, 싶지만 이 말을 배우진 않을 것이다.


지인분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받았다. 날도 추운데 감기 조심하라는 인사를 받았다. 이미 걸린 것 같지만 칭얼대고 싶지 않아서 딴소리를 했다.


오늘도 일찍 자야겠다. 내일 아이들에게 감기를 옮기면 안 되기 때문에 밤새 전기장판으로 달달 볶으면서 잘 것이다. 약을 챙겨 먹은 몸뚱이가 달달 볶아지면 내일은 싸악 낫겠지. 제발.


도망나와서 잠깐 떠들어보는 어떤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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