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름돌

하기 싫어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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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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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야근을 하고, 또 일거리를 한 아름 싸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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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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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나름의 할 일을 해놓고 오후가 되면서 일거리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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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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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을 가지게 되면 좀처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이를테면 하기 싫어 마음을 눈치채면 하기 싫어서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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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후 즈음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으으, 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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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단지 하기 싫은 마음 때문에 하지 못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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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어 마음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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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마음을 꺼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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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마음이라면 우쿨렐레 치고 싶어 마음, 그림 그리고 싶어 마음, 누워 있고 싶어 마음, 가만히 앉아서 노래 듣고 싶어 마음, 놀러 나가고 싶어 마음, 과자 먹고 싶어 마음, 마음, 마음, 하나같이 하기 싫어 마음을 없애는 데에 쓸모가 없는 마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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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때에는 모든 마음을 눌러 놓아야 한다. 작은 돌멩이 하나를 상상했다. 언젠가 카페에 갔는데 냅킨을 눌러놓는 용도로 작은 돌멩이가 올라가 있었다. 그런 작은 누름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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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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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내 마음속에는 누름돌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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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른스럽지 못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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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꾸역 마음을 담아 어떤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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