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어울리는 앞머리
__
두 달 전쯤인가. 어느 날 출근 준비를 하다가 충동적으로 앞머리를 싹둑 잘랐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눈썹 위까지 바짝 잘려 있었다. 거울을 보면서 괜히 손바닥으로 앞머리를 꾹 눌러봤다. 그런다고 잘린 앞머리가 돌아올 리는 없었다. 그래도 뿌리 쪽을 자꾸만 꾹꾹 눌러봤다.
__
동생이 나갈 준비를 하다가 나를 보고 놀라면서 앞머리가 왜 그래?라고 물어보길래, 어때?라고 되물었다. 그지 같지 뭘, 왜 그랬어?라고 말하는 걸 듣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울고 싶을 뿐.
__
하지만 나는 그 앞머리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뭔가 내 앞머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__
하지만 앞머리가 그렇게 되고 나서 동그란 얼굴이 더 동그래 보여서 머리를 묶을 수가 없었다.
__
그로부터 몇 주가 더 지나 앞머리가 겨우 눈썹에 닿을 즈음, 나는 다시 가위를 들었다.
__
동생이 앞머리 또 잘랐어?라고 물었다. 응. 그러자 동생이 왜?라고 다시 물었다. 꽤 귀엽다고 생각했어. 그러니 동생이 희한하다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언니는 언니한테 꽤 관대하구나,라고 했고 나는 비죽비죽 웃었다.
__
정신을 차려보니 눈썹 아래까지 앞머리가 길었다. 고민에 빠진다. 나의 앞머리를 되찾을 것인가, 평범한 앞머리를 가진 여자로 살 것인가.
__
아니, 그게 내 앞머리가 맞긴 한 거야?
__
둘 다 내 이마에 달려 있으니까 내 앞머리긴 하겠지.
__
모르겠다.
__
일단 보류.
__
새삼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는 생각을 하며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