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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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카톡이 하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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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야, 케이크 500개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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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로 전화를 걸어 내일 케이크 먹으러 갈까요? 라고 했다. 하지만 말을 꺼냄과 동시에 나는 내일 쉬는 날이지만 이 사람은 일을 하러 간다는 걸 알아채고 아차차, 언니 내일 출근하시죠, 라고 덧붙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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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일 서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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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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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만나던 동네에서 언니를 만났다. 언니가 찾아온 케이크집에 가서 케이크 두 개와 크림 라떼 한 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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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봐봐요. 저한테 미리 얘기를 해주셔야~ 제가 언니랑 약속을 잡죠~ 갑자기 말씀하셨다가 제가 약속이 있거나 하면 못 만나잖아요~ 예약을 해두시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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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내 표정을 보면서 큰 소리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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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말할 일이야? 눈썹을 팔자로 만들면서? 너 눈을 네모나게 뜰 줄 아는구나. 방금 너 눈빛이 네모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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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눈빛을 쏠 줄 아는 것은 장기라면서 함께 깔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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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두 개가 삼분의 일 정도씩 남았다. 나는 언니에게 오백 개 드셔야죠? 라고 했지만 언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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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일을 보러 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나는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얼마 안되어 시무룩해진 언니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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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 잔 사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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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보러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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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에서 시원하게 한 곡조 뽑으시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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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한 3건 모두 거절 당했다. 오늘이 언니에게 우울한 날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해서 제안한 3가지였지만, 언니가 필요하지 않다면 괜찮았다. 대신에 나는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깍지를 끼고 올려둔 내 손가락을 언니는 하나씩 잡아서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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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날 때부터 언니는 내 손을 만지작거렸다. 말랑거려서 자꾸 만지작거리고 싶어져, 라면서. 실은 손 만지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언니만 만나면 나는 손을 내놓곤 했다. 처음엔 싫은 티를 내지 못해서 가만히 있을 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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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 손 만지는 걸 안 좋아하는데. 언니는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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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을 하고 나서 다시 언니를 만났을 때 언니는 다시 자연스럽게 내 손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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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언니가 내 손을 만졌으면 했다. 여지없이 손가락을 매만지는 언니를 보면서 나는 왠지 안심했다. 손가락 끝을 둥글둥글 매만지는 손길을 느끼면서 손가락이 더 둥글어지진 않을까, 생각했다. 언니가 만지기 좋게 손에 힘을 빼고 있으면서도 손 끝에 동그란 마음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언니의 손을 타고 언니 마음으로 전해졌으면 해서. 전해졌을지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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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라면 다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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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케이크 2개. 앞으로 498개 더 같이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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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슬며시 내밀며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