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의 휴무

아무 생각 없음.

by 김민주

__

오늘은 휴무다.


__

꽤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요즘. 8시에 귀신같이 깨어났다.


__

뿌시시.


__

커피를 한 잔 내려서 책상 앞에 앉았다. 게임을 세 시간 동안 했다.


__

요즘은 무언가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__

어쩌면 그런 마음이 나를 더 안절부절못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__

이거 해야 되는데. 저거 해야 되는데. 근데 왜 안되지? 원래 하던 일인데?


__

그래서 그냥 손에서 잠시 놓기로 했다. 거기 좀 있어 봐. 나 놀고 올게.


__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뭐, 안 할 건 아니고, 잠깐만 있어 봐. 하긴 할 거야.


__

무엇 때문에 갑자기 이런 시간이 찾아온 걸까? 에 대해서 한동안 생각하다가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어서 생각을 포기했다. 알 게 뭐람. 뭐 때문이든 지금 나는 이런 상태다. 그리고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게 더 우선이었다.


__

그래서 그냥 놀기를 선택했다. 뭐, 물론, 억지로라도 무언가를 끌고 가고, 해내는 것들도 내게 필요하겠지만. 어쩌랴, 그러기 싫은데.


__

마음은 어느 때보다 평화롭다. 너무 평화로워서 심심한 지경이다. 어쩌면 그 심심함으로부터 온 공백기는 아닐까. 나는 괴로움으로부터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었던 것은 아닐까.


__

아니, 또 생각하고 있네. 몰라. 그냥 놀래.


__

안 하던 게임을 다시 하고, 손에서 놓았던 정물화를 다시 그리고 있다. 하루종일 노래를 들으면서 흥얼거리고, 중학교 수학 문제를 넋 놓고 풀고 있다. 심심하면 우쿨렐레를 친다.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__

한창 무언가에 몰입해 있을 때에는 하지 못하던 일들을 하고 있다. 그냥 흥미 위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__

뭐. 놀 때는 놀아야죠.


__

언제까지 놀건데?


__

모르죠, 뭐.


__

베짱이의 어떤 짧은 글.

매거진의 이전글책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