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떤 짧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넌 May 14. 2024

얘들아, 일어나.

말랑말랑 아이들

__

 아이들의 가방을 받아 들고 있는데, 누가 엉덩이를 콕콕 찌르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내 허리까지 오지도 못하는 작은 녀석이 손가락 하나를 들고 있었다.


__

 발갛게 웃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곤 반가운 마음이 들어서 엉덩이를 찌르면 안 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아이를 번쩍 들어 안아 올렸다.


__

 벽면을 따라서 쭉 이어진 큰 창으로부터 반짝이고 따스한 볕이 들어오고 있었다. 올해 초 즈음 새로 들어온 다섯 살 반 아이들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게 너무 예뻐서 나는 말을 하는 수업 중간중간 아이들의 눈을 빤히 보면서 웃곤 했다.


__

 이 녀석들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볕이라고 생각하면서.


__

 사랑스러운 것을 보면 가슴이 말랑해진다. 조그만 뺨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 반짝거리면서 눈을 끔뻑거린다.


__

 선생님, 졸려요.


__

 어린 발음으로 나를 부르면서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__

 오늘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려고 했는데.


__

 어린 눈동자들이 눈꺼풀 아래로 자꾸만 숨는다.


__

 수업에 차질이 생겼음을 알면서, 오늘의 목표치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을 알면서, 말랑해진 가슴은 아이들을 자꾸 품에 안는다. 수업해야 하는데, 알면서도 나는 자꾸 아이들의 기우뚱기우뚱 흔들리는 뺨을 쓰다듬으면서 웃게 된다.


__

 나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 방향과 상관없는 귀여운 캐릭터를 하나 그렸다. 아이들 손에서 삐뚤빼뚤 제각각으로 그려지는 작은 복숭아 같은 것들을 보면서 잘 그렸다고 박수를 치다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손뼉을 마주쳤다.


__

 오늘 여기까지 할까~?


__

 아이 하나가 슬그머니 일어나서 곁으로 다가온다. 들어서 무릎 위에 앉혀두니 품으로 폭 들어와 기댄다. 내 반도 안 되는 작은 아이가 품 안에 가득 들어온다. 졸리다고, 졸리다고, 하면서도 칭얼대지 않고 얌전히 기대 누워 있는 아이의 등을 조심스럽게 토닥였다. 아이를 안고 있는 내 주위로 다른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한 번에 세 명을 안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여서 아이들 머리를 번갈아가면서 차례차례 쓰다듬었다.


__

 졸리다더니 씽씽카를 타고 복도를 휘휘 돌아다니는 녀석들을 보면서 입꼬리가 슥 올라간다.


__

 선생님이랑 인사하고 가야지~


__

 씽씽카 위에서 한 손을 들고 허공을 휘적거리는 작은 손. 문을 닫고 빈 교실에 앉아서 업무를 마무리하면서도, 아이들 그림 위로 방긋방긋 웃는 얼굴들이 떠다닌다.


__

 빈 교실에서도 내가 자꾸 웃는 이유다.


__

 날씨가 꽤 더워졌다. 아직 에어컨을 틀지 않아 텁텁한 공기가 버스 안에 흐르고 있었다. 의자에 얌전히 앉아보니 품에 안겨 있던 아이의 포근함이 아직 남아 있는 게 느껴졌다.


__

 다음 수업 때는 안 봐준다?


__

 안 봐주긴 뭘 안 봐줘. 귀여우니까 봐준다.


__

 아이들이 떠올라 어떤 짧은 글.

매거진의 이전글 준비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