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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배우 Nov 13. 2023

결과적으로 뭐가 달라진 거지?

공연을 하다 보면 맘 상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특히나 연극과 뮤지컬은 감정을 가지고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작업이다 보니 

감정적인 사람들이 많다. 


무대에 서기도 하고 무대를 준비해주기도 한다. 

나이가 들다 보니 요즘은 공연에 서는 일보다 준비해 주는 일이 더 많다 


차라리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는 일이라면 좀 더 보상이 있을 텐데 

박수는 박수대로 공연자들에게 양보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 무대아래 작업을 하다 보면 마음에 스크래치가 심하게 나는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대를 만드는데 기획 없이 내용은 없고 그저 만들어달라고만 하고 그나마도 시간이 너무 촉박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경우부터 

'아름다운 곡의 흐름을 잘 표현하는 무대였으면 좋겠어요', '먼저 예쁜 그림을 만들어주세요'

느낌만 있고 그림은 없는 요구에 마치 기획자부터 연출가가 해야 할 일까지 조명이 만들어 내고는 수정요구를 수도 없이 받는 경우... 

실은 두 번째를 겪으며 디자이너들의 고충이 피부가 아니라 뼛속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문제는 욕하고 안 해 털고 나가지 않는 다면 결국엔 결과적으로 

공연은 시간 안에 올라가고야 만다


결과적으로 공연은 올라가고야 마는 공평한 시간 앞에서 

너무나도 다른 경험을 했던 적이 있었다. 


속으로 쌍시옷의 욕을 지껄이며 끝까지 해내고 다신 그 사람들을 보지 않을 듯 해내는 경우와 

흔들리고 마구 뛰는 감정과 심장을 최대한 내리고 용서하고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경우였다.


공연을 하는 내내 더 큰 에너지를 썼던 건 물론 '후자'였다. 

그런데 신기하고 공연이 끝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고 더 쉽게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건 욕을 하지 않고 용서하는 일이었다. 


부정적 감정은 쏟아내면 더 커져서 감당할 수 없게 돌아온다던 말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매번 그런 요구들을 잘 대처하고 있나? 고 묻는 다면 

아니다 


매번 용서와 무리한 요구에서 마음이 평온해지지 않는다 

다만 나에게 늘 어려운 선택지가 주어질 뿐이다 

다른 건 선택지의 결과가 어떨지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으나 

매번은 선택은 영혼이 빠져나갈 것처럼 힘들다 


그래도 나름 더 나은 선택을 좀 더 많이 해보려 노력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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