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읽기

행동을 추적해 의도 파악하기

by 김배우

배우의 희곡 읽기는 문학작품 감상과는 조금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한 인물의 감정을 읽어내는 작업이다. 작품이 시작된 지점에서 끝나는 지점까지 연결되고 끊어지지 않는 하나의 감정선을 발견해 나가는 작업이다.

연출가의 희곡 읽기는 이런 배우들의 감정선을 하나의 천으로 짜는 작업이다. 선이 얽혀 생기는 사건들을 확장시키고 풀어나가 극작가가 생각한 지점에 다다르게 하는 것이 연출의 희곡 읽기이다.

배우는 1인칭이라면 연출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연출자의 희곡 읽기는 너무 방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음에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배우는 처음 인물의 감정을 읽어내야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사람을 창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눈동자를 움직이는 것부터 동선을 써서 움직이는 것 까지 무대 위에서 배우의 모든 행동에는 감정이 필요하다.


무대에서는 감정을 사람을 움직이는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 걸음, 또는 그 사랑하는 사람을 3년 만에 만나는 걸음’이라는 움직이을 설명하는 글은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을 디테일하게 묘사한 것이다.

배우는 이런 감정을 구체화하여 연결된 하나의 감정선을 만들어 내는 존재이다. 그래서 배우의 희곡 읽기(텍스트 읽기)는 개인의 차원에서 나를 발견하고 나를 둘러싼 주변 인물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힌트를 주는 존재로서 텍스트를 읽게 된다. 이처럼 배우는 끊어지지 않는 감정을 연결해야 살아있는 인물을 표현할 수 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실제 우리의 삶은 배우가 표현한 무대 위의 자연스러움처럼 인지 하지 못한 사이에 연결된 감정으로 살아간다. 배우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끊어지지 않은 감정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내 주변에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에 감정으로 반응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좋아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나의 반응, 피하고 싶은 것에서 반응, 책잡히고 싶지 않은 곳에서 긴장된 반응,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의 반응 등 여러 가지 반응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반응하며 써 놓은 희곡이 존재하고 그곳에서 주인공인 나의 감정선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감정선을 찾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생각과 내가 의식하지 않던 나를 움직이는 잠재의식의 성향을 읽을 수 있다. 마치 배우의 희곡 읽기처럼.


나는 실제 그런 과정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내가 그렇게 힘들어하던 영역에 대한 동경이었는지 발견했다.

이것은 그저 인문학 책에서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그리하더라 라는 통계의 한 줄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실제 내가 보인 행동 패턴과 그 분석을 텅한 결과는 내게 다른 의미와 무게로 다가왔다. 낯선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내가 해왔던 이해할 수 없던 행동의 이유를 또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를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 그 생각이 아니라 생각에 앞서서 나의 감정과 끌림이 나의 삶을 이끌고 있음을 발견했다.


발견하는 것 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구와 싸우고 있고 무엇을 위해서 싸워야 하는지 아는 것은 새로운 차원의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적이 누구인지 알고 인지하는 것으로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것은 기만이고 회피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 안에 있는 실체를 발견하는 것이 독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싸움을 싸우고 더 앞으로 나아갈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피지기 하는 것이 어마어마한 약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희곡 읽기는 어마어마한 피아 인식의 툴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