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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브 Oct 28. 2020

땡땡이치기 좋은 곳이죠

This was the hooky spot

☼ 이 글은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데 영- 하기가 싫고, 그래서 좋아하는 것들을 섞어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시작되었습니다. 가벼운 낙서와 함께 제가 남겨두고 싶은 소소한 이야기 혹은 그 문장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에 대해 풀어냅니다. 그러니까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쓰는 글이지만 영어보다 한글이 더 많은 글입니다.





가끔은 모든 것을 내던지고 도망치고 싶은 날이 있다. 빠듯한 마감에 한참 일을 쳐내고 있는데 갑자기 상사가 새로운 일을 물고 왔다며 자랑할 때 -왜 그런 일들은 다음 주가 마감인 걸까- 부터 그냥 하늘은 높고 날씨가 좋아서까지. 말하고 있자니 모든 날이 땡땡이치기 좋은 날인 것 같다. 그래, 이런 날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한 곳에 매여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불꽃같은 열정으로 사는 나를 보면 모두 어릴 적 꽤나 놀아봤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나도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참으로 안타깝다. 열에 여덟이 그렇듯 나는 진탕 놀지도 열심히 공부도 하지 않는 심심한 학생 1이었다. 10시까지 강제 자율학습을 시행하던 고등학생 시절 3년 동안 딱 1번, 그것도 친구 셋과 17대 대통령 집계를 보러 우리 집 TV 앞에 앉아 있었던 게 유일하다. 이 얼마나 뜨거운 노잼 청년들인가. 법과 정치를 선택과목으로 듣고 있어서인지 우리의 삶이 팍팍해서인지 딱하게 퍽퍽한 생활이었다.


말한 바와 같이 나의 '땡땡이 장소'는 18평 혼자 기거하는 나의 집이었다. 시골에서 공부하러 상경한 나는 혈혈단신으로 생활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친구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레 우리 집으로 오곤 했다. 가령 집에 바퀴벌레가 나왔다든지, 부모님과 약간의 마찰이 생겼다라든지, 실연을 하거나, 집밥을 먹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말이다. 그래서 나의 집은 어쩌면 친구들과 공유하는 Hooky spot이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 집에만 들어오면 나른하고 늘어지는 것이 '무진'이라는 별칭마저 생겨버렸으니 말이다. 그렇다 무진기행의 그 무진이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던 것일까? 나의 집 사랑은

15년이라는 세월만큼이나 이사도 많았지만 '집'이라는 것은 나에게 참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느 날은 영화관이, 작업실이, 재즈바가, 식물원이, 토론장이, 보호소가, 매운탕집이 된다. 카멜레온 공간(목적에 맞게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공간-낮엔 서점 저녁엔 모던바, 평일엔 카페 주말엔 파티룸) 이 유행이던 시절보다 앞서 나의 공간은 자주 옷을 갈아입었다. 그래서 남들이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냐는 질문에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었나 보다.


생각해보면 귀가를 할 때마다 안전지대로 들어선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인 것 같다.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일상의 공간이 휴식이 된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만 말하기엔 부족한, 아무튼 굉장한 일이다. 다시금 나의 장소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며 요즘 같은 시기엔 스트레스와 휴식이 혼재되어 종종 머리가 아프지만, 앞으로도 척하면 척, 더 많은 것으로 변신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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