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땠을까
매트헤이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고
'그때~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뜬 구름 잡는 것보다 더 부질없다. 그럼에도 실망과 후회가 뒤섞인 현실 상황에서 불쑥불쑥 고개를 쳐들고 빼꼼히 나를 쳐다보는 상념이다.
연애깨나 했다는 가수 이효리 씨는
“그놈이 그놈이다.”
라는 명언을 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놈이나 내 옆에 있을 뻔한 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 그럼에도, 이 놈과 저 놈 사이에 미세한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하기 마련.
출퇴근길에 운전하며 들었던 책, 매트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는 평행우주론이 나온다. 우주에는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수많은 내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 이 책은 주인공 노라가 죽기로 결심한 날 자정의 도서관에 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이다. 그 도서관에 꽂힌 책들은 전부 노라가 살고 싶었던, 혹은 살았을지도 모르는 삶들을 담고 있다. 노라는 무수히 많은 책들을 펼치며 새로운 삶 속으로 들어가지만 결국 자정의 도서관으로 돌아오곤 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슈퍼스타, 전 남자 친구의 아내, 포도 농장 주인, 오스트레일리아 거주자, 북극 연구원, 동물보호단체 직원, ……. 셀 수도 없이 다양한 삶 속에서 노라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늘 뭔가 결핍돼 있음을 느낀다. 심지어 자신이 가장 완벽하다고 느끼는 삶 속에서도 자신의 것이 아닌 삶을 훔친 채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불안하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런 삶들이 정말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삶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원했기 때문에 나도 원한다고 착각했던 것은 아닐까? 겉으로 보기에 좋아 보였던 삶도 막상 그 안에 들어가 보면 다르다. 그러니 인생(삶)은 경험해 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다.
누군가를 보살핀다는 것, 누군가로부터 보살핌을 받는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것.
이것이 없을 때 사람은 감정 없는 마네킹처럼 쓸데없이 우주의 공간이나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소설 속 노라가 그랬던 것처럼…….
자정의 도서관에서 후회의 책은 가장 먼저 불에 타 버렸다. 우리 인생은 후회로 점철되기 마련이다. 아, 그때 이랬어야 했는데 저랬어야 했는데, 그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부질없다. 내 인생 책은 백지로 내 앞에 놓여 있고, 내가 직접 써 나아가야 한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1인칭 현재형. 그래, 모든 것이 내 선택의 결과이다. 내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힘들어할 필요는 없다. 다른 삶을 살았다고 해서 지금보다 반드시 행복할 리는 없다. 일단 받아들이기.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기. 그래서
난 앞으로 어떻게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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