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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소유 vs 풍성한 존재

by 양만춘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 법정 스님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었다. 축의금, 조의금, 부모님 용돈의 액수는 사랑과 감사의 깊이를 대변했다. 친구나 지인에게 주는 선물의 가격은 내가 그를 얼마큼 생각하는지 표현하는 듯했다. "돈 많다고 하루 네 끼 먹냐?"라고 하지만 돈 있으면 한 끼를 먹어도 맛있고 질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데다 훌륭한 디저트도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경제력은 자녀에게 질 좋은 경험과 폭넓은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청소년 시기에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감동 깊게 읽었다. 재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소박하고 자유롭게 살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고 있어서 아직 돈 필요한지 모를 때였다. 경제적으로 독립한 후, 돈이 없으면 자유롭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돈에 쪼들릴수록 마음에 여유가 없고 인간관계에도 불편함이 생겼다. 법정 스님처럼 산속에서 오두막을 짓고 혼자 사는 삶이 아니었으니 뭘 하든 돈이 필요했다.


몇 년 동안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지 궁리했다. 그러다 탐욕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저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기를 치고 권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돈과 연결됐다. '왜 저들은 이미 충분한 재물을 가졌는데도 저렇게 더 갖지 못해 야단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려줄 자식이 없는 사람도 그랬다.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나는 바닷물처럼 돈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이 갖고 싶은 것일까?


풍부하게 소유는 했지만 풍성하게 존재하지 못하는 사람들. 남을 이용하고 착취할 생각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도 자기 주변 사람을 믿지 못할 것이다. 외로울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많이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동시에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잃어버릴까 봐 근심하는 사람은 마음이 어지러울 것 같다.


수단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돈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좇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인간의 삶을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이지 돈을 위해 인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남의 지적 재산권을 약탈하거나 인권을 침해하거나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을 갖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그들의 행복을 짓밟는 사람은 스스로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물론, '풍부한 소유'가 '풍성한 존재'의 반대말이 되거나 죄악시될 필요는 없다. 정당한 방법으로, 자신의 탁월한 능력과 노력, 대중의 인정으로 부를 쌓는 것을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오히려 그들의 성공을 보며 대중은 만족감과 희망을 느낀다.


풍부한 소유가 풍부한 나눔으로 이어진다면 풍성하게 존재할 수 있다.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행복해진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 사람을 돕는 일에 돈은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815런(광복절을 기념해 81.km를 뛰는 기부 마라톤)으로 11억을 모아 독립유공자 후손 집 6채를 완공했다는 가수 션의 소식은 얼마나 감동적인가!


돈 좋다. 다만, 돈을 버는 과정이 정당하고 돈을 쓰는 모습이 아름답다면 품격 있고 풍성한 삶의 주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돈, 성공을 좇느라 경주마처럼 눈가리개를 하고 달리는 삶 대신, 눈가리개를 떼고 주변을 널리 살피고 많이 느끼고 사람들과 진솔하게 어울리는 삶도 '풍성하게 존재'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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