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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무 Nov 22. 2021

CON-VRIDGE의 시작(2)

퇴사부터 창업까지

그렇게 첫차를 보내고 두번째 식구로 들인 녀석은


 6세대 골프 GTD

헤치백의 교과서, 연비의 끝판왕, 듀얼클러치의 신세계




본격적으로 '우리가족에게 필요한 차'라는 명목으로

'내가 현실적으로 갖고 싶은 수입 차'를 고르게 되었지


'워런티 종료, 매물이 많이 있어 정비가 까다롭지 않은'

이 조건의 수입차와 국산 SUV를 포함해 추린 결과


'1시리즈 해치백, 골프, 파사트CC, 모하비, 소렌토'

애초에 난 세단파라서 SUV는 형식상 추가했었고

이 사실을 그 때의 와이프는 몰랐을 거야


'차쟁이' 로 커밍아웃 한 지금이야

모든 걸 간파 당하고 있지만...


마침 좋은 매물이 있었고, 우리는 운명의 반려마를 만났어

아이들이 두번째 반려마에게 멋진 이름도 붙여줬지


꼬푸


듀얼클러치의 빠른 응답성, 우수한 연비, 흔들림 없는 하체

해치백의 교과서를 만난 건 나로썬 엄청난 감동이었고,

조수석에 앉아 버킷시트가 몸을 감싸는 순간

와이프도 반하지 않을 수 없었어




중고차 금단의 영역 전손차


골프를 구입하고 몇달 동안은

매 주말마다 가족들을 데리고

지역 구분없이 여기저기 정비소를 찾아다니며

고치고, 공부하고...

해외 직구, 자가 교체, 지역별 골프 수리 장인까지

덕분에 마스터 수준으로 골프를 알게 되었어


사실 구입했던 곳이 공업사라 거기로 가면 됬었고

가장 차의 상태를 잘알기도 했지만

공업사의 내부 사정때문에 수리를 맡길 상태가 아니었어


결국 혼자 해결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공업사를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눈에 보이더라구


부품을 구하기 위해 품번을 알아야 하고

그 품번이 내 차에 맞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 확인 작업이

국내에서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한 것

해외 부품 딜러들의 금액과 국내 딜러들의 금액이

크게는 20배도 넘게 차이나는 것


뭐...수입차 이니까...




공황장애가 지난 즈음,

우리가족에겐 세번째 반려마가 생겼었어


아이들이 크고, 처가 식구들도 같이 이동하기에

이젠 너무 작아져 버린 아이가 되어버렸던 거야

두번째 반려마를 떠나 보내야 하는 순간이 왔고,

필연적으로 이제는 SUV로 가야 하는

순간임을 받아들여야 했지


애초에 SUV는 덜덜 거리는 디젤이어야 맛이고,

SUV니까 와일드한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두번째 미션을 발동 시켰어


'우리가족에게 필요한 차'라는 명목으로

'내가 현실적으로 갖고 싶은 SUV/RV'를 고르자


그렇지만 SUV의 다양성(내 취향)의 한계 덕분에

금방 리스트가 나왔어

'모하비, 소렌토, 렉스턴2, 카니발R, 베라크루즈,

BMW X1, 볼보 SC60, 푸조 5008'

진짜는 '모하비, 카니발R' 후후...




시간을 내서 와이프와 함께

이 차들이 다 있는 매장을 찾아가서 구경하기 시작했지

모든 건 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어

와이프를 위한 '내 입맛대로 큐레이팅' 서비스는

한 껏 물이 올라 있었다

고 스스로 높이 평가 하고 있었는데


"나 저거 볼래"


왜 하필 그 동선에 그 차가 있었을까?

그 차는 모든 조건에 맞았지만

딱 하나 때문에 리스트에서 뺐었는데...


'휘발유'


거대한 SUV를 휘발유로 움직인 다는 

미국사람들이나 가능한거라고 생각했어


애초에 가격이 저렴하다고 덥석 물 수 있는

그런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구

게다가 미국차는 프리미엄 등급도 아닌데도

악명높은 수리비로 명성이 높다니까?

난 그 명성에 한껏 쫄아 있었다구...




미쿡갬성...


덩치라면 어디에서 밀리지 않는 나 조차도

작은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아주 넓은 실내 공간,

핸드폰 충전으로 싸우지 말라고 열마다 있는 시거잭,

열거나 닫거나, 극단적 선택만 있는 2, 3열 송풍구


보험료도 내려준다는 앞 차 거리 위험 알림 센서와

이제 발은 쉬어도 된다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나 SUV야' 라고 말해주는 험로지형 선택 다이얼까지


뭐, 이런 잔재주는 와이프에겐 관심 대상이 아니었지만

이 차의 필살기 한 방에 모든 고민의 시간은 끝이 났어


3열 버튼 폴딩 시트


세상에...버튼만 누르면 3열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네?


아직 차량 소개는 남았지만 일정은 모두 종료 되었고,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아이를 입양하게 되었어

그렇게 포드 익스플로러는 3번째 반려마가 되었지




그냥 천천히 달리면 되고, 필요할 때만 타면 되니까 괜찮아

차는 감성으로 타는 거야

차덕후인 난 그걸 와이프에게 배웠어...


3달치 주유비가 한달치로 바꼈지만 괜찮아

내가 선택한거 아니니까

이 차는 주말에만 쓸거니까


사람이 참 웃긴게 익스플로러를 다가

모하비에 탔는데 모하비에 앉아마자

"좁네"

라는 말이 동시에 튀어나오더라니까


몇달전에 과장님 차(모하비) 탔을 땐

"진짜 넓다"

라고 감탄에 감탄을 했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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