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무지막지하게 잤다. 꽤 피곤했던 모양이다. 얼마간 휴식일 없이 작업실에 매일 출근했다. 지난 몇 달에 비해 활동량이 갑자기 증가했다. 지금쯤 쉴 때가 되었지 싶어 하루 쉬었다. 어제는 일어날 수 있을까 했는데 별 의욕이 나질 않아 또 쉬었다. 주말이 금방 지나간다.
한동안 @dinoman_j 의 트위터 만화를 즐겨 봤다. 아주 투명하게 우울증적인 내용이라 공감이 갔다. 그중, 주말이 와서 좋다는 내용의 만화가 있다. 백수 공룡 A가 주말을 고대한다. 이에 공룡 B가 야, 너는 백수 주제에 주말이 뭔 상관이냐, 하고 반문(“You’re unemployed”)한다. 하지만 공룡 A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주말이 좋다고 답한다. 주말에는 직장인도 대체로 출근하지 않으니까, 백수 역시 출근하고 있지 않다는 죄책감을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지 않나.
대단한 통찰력! 나는 박수를 치며 리트윗을 했다. 다만 이러면 백수가 주말의 쾌락을 공유함과 동시에 월요병도 느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월요일은 끔찍하다. 다들 출근하는 세계에 나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리니.
월요일이다. 주말이 금세 지나갔다. 아무래도 아쉽다. 그리고 두려운 월요일이 다가왔다. 월요일과 함께 무언가도 다가오는 것만 같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다가온다. 다가와서는, 일해라, 찰싹찰싹.
그래도 오늘은 그렇게 떠밀려오지만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분명한 시기다. 나도 힘을 내야지. 꼭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은 아니고, 제때 해야 내게 좋다. 그렇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굴뚝같다. 확 놓아버릴까. 내가 할 수 있을까. 해야 하긴 하나.
하지만 굴뚝도 잘 들쑤시고 그을음도 닦아내고 장작도 쌓아둬야지. 우선 불을 피우련다. 따스함이 피어올라 이 공간을 그럭저럭 감싸우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무엇이라도 시작할 수 있을까. 아직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