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무지 Feb 28. 2024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조회수 폭발과 작가의 초심에 대하여

나는 어릴 적부터 작가가 되길 원했다.

하지만 공공연하게 알려지기로, 작가는 배고픈 직업이었다.

어릴 적부터 '돈'의 중요성을 늘 강조한 부모님 덕에 작가는 내 머릿속에서 잊혀지고 의사라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글을 향한 내 열정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 쓴 편지, 공부를 하더라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인 메모장 정리, 일기와 서평을 작성하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

결국 돌아 돌아 나는 작가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글쓰기에 소질이 없는 줄 알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서 책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4번이나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내가 쓰는 글은 타인이 읽을만한 글이 아니라는 걸 체감했다.


첫 지원은 2020년, 그리고 나머지 3번의 지원은 2023년에 했다.

그중 마지막 지원은 2023년 6월이었다.

그렇게 블로그에 1년간 총 336개의 글을 발행하면서도,

브런치에 재지원할 생각은 더 이상 들지 않았다.


브런치로부터 받는 상처가 얼마나 아플지,

아니 내 글쓰기 실력을 선긋기 당하는 느낌이 얼마나 아릴지,

이제는 경험하지 않아도 알았기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문득 작년 말에 2023년이 가기 전에 한 번만 더 도전해보자 싶었다.

그렇게 나는 일필휘지의 필력가처럼 쭉- 써 내려갔다.

결론은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내가 2023년에 무수히 많은 도전을 하면서 마음속에 새긴 말이 있다.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란 없다."

만약 내가 4번의 나락으로 포기했다면 실패였을 것이다.

하지만 5번의 도전을 했기에 나는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는 값진 쾌거를 이뤘음에도 즐길 수 없는 내 마음에 있었다.



조회수를 빵빵- 터트리는 글들이 연속해서 나오면서 괜한 부담감이 생기는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것일까?'

'다른 작가들도 기본으로 나오는 조회수인데 내가 괜한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을 테지만,

다른 작가들에 대해서는 조회수를 모르는 상태이니 내가 작성하는 글마다 제목만 좋고 내용이 별로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글을 클릭할 때는 제목만 보고 들어오기 때문에 염려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작성한 글이 제목만큼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생기는 반감이 무서웠다.

독자에게 글이란 상품이나 마찬가진데, 예쁜 포장지를 뜯어보니 막상 별 거 없어 실망하고 두 번 다시 찾지 않는 매장이 되어버릴까봐 말이다.


나는 글 하나를 쓸 때마다 한 시간 훌쩍 넘는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글에 자신이 없었고

내가 적는 내용이 누군가에게 닿을 때, 시간이 버려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이었다.

100% 만족하는 글을 쓸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죽고 싶었던 마음이 살고 싶은 마음으로,

누군가에게는 지쳐있던 마음이 잠깐의 쉼으로,

누군가에게는 기억하고 싶은 일과 유사한 내용으로 추억을 보듬을 수 있도록,

그렇게 내 글이 읽히길 바라는데 과연 나는 그럴만한 작가인가에 대한 의심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다.


구독자가 늘어나면 그 한 명 한 명이 너무 소중한데, 취소하는 사람이 생길 때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글을 다시 뜯어보고 고쳐보길 수없이 반복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브런치를 지원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와 생각했다.

'내가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나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무도 관심 없지만, 특별할 것 없는 내 삶에도 적을 무언가는 반드시 있다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뽑아낼 글감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세상에 들어내고 싶었다.

자기 인생은 워낙 다이내믹해서 밤을 새워서 이야기해도 끝나지 않을 거라고 떵떵 거리는 사람들은 막상 글로 써내지 못하는 것들을 나는 보여줄 수 있음을.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생각하는 잘 쓰인 글은 '누군가에게 많이 읽히는 글'이었던 것이다.

베스트셀러처럼 시선을 이끌고 인기가 많을 때 계속 글을 발행하고 눈앞에 띄어서 읽게 만드는.


그래서 오늘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글을 쓴다.

브런치북에 발행해야 하는 글이 있지만, 하루만 양보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작가의 혼란스럽고 고단한 마음도 조금은 헤아려주시길 감히 말씀드리며

당신의 클릭 한 번에 힘을 얻는 작가를 생각해 주시길 바라며

오늘도 미천한 글을 읽어주심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7년 차 승무원, 회사를 떠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