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랑 Nov 17. 2021

재능의 불시착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익숙한 이야기들의 불시착

재능의 불시착 - 박소연 소설집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1144214


직장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집. 주옥같은 한 단어에 꽂혀 주저없이 책을 구매했다. 알라딘 온라인 서점에서 2천원 적립금에 무료배송 혜택까지 야무지게 받았다. 예전에는 정가로 사면 바보라는 엄마의 말을 한귀로 흘렸는데 나이가 먹고 나서는 할인을 받지 않고서는 물건을 사지 않는다. 참 악착같다.  


보아하니 요즘은 양탄자배송이라고 해서 책도 당일배송이 되는 모양이다. 양탄자가 오다가 찢어진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포털 후기에서 어렵지않게 볼 수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읽을 책 몇권 쯤은 집 어딘가에 쟁여놓는 강박이 있었고 책이 양탄자를 타고 서울 끝자락인 우리집에 도착할 때까지 읽을 책은 충분했다.

 

약속없던 일요일,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아 책을 다 읽어냈다. 이 책은 정말 출판사에서 홍보하고 있는 그대로 직장인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집은 맞았다. 그런데, 소설집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이 마치 몇번 쯤은 읽어 본 듯한 '너무' 익숙한 이야기들이라서 문제였다. 사직서를 찢는 상사에게는 종이를 코팅해서 주면 된다는 우스갯소리쯤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볼 수도 있는 이야기라 그렇다 쳐도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일반인들의 후기가 과하게(?) 모티브로 설정된 것은 꽤나 아쉬웠다.


물론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일부 사례를 소설의 모티브로 삼았다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혹은 어디서 읽은 것 같은 수차례의 영문모를 데자뷰를 경험했고 신선하지는 않더라도 독창적인 이야기를 내심 기대했던 내게 재능의 불시착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주말만큼 아쉬움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사람이 흙에서 와 흙으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재능의 불시착 또한 본인이 태어난 곳으로 재빨리 돌아가는 운명을 맞았다. 알라딘 물류센터에서 내품으로 왔다가 야박한 리셀러 주인에 의해 알라딘 중고서점의 신간 코너로 다시 되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내게는 안맞았던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책이 될 수도 있다. 혹시나 내 후기를 읽는 누군가가 상처받지 않기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