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을하 Jan 24. 2020

별 하나에 행복을,

언제나



    비행기를 타고 가며 늦은 밤, 하늘에 한아름 수놓아져 있는 별들을 봅니다. 이렇게 수많은 별을, 이토록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었지만 카메라가 차마 하늘의 빛을 온전히 새겨두진 못하더군요. 그래서 눈으로 가만히 별들을 바라보며 마음에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행복은 별과도 비슷하다고,


        

   닫힌 기내 비행기의 창을 열어 밖을 바라보지 않았다면, 끝내 밤하늘에 이토록 많은 별들이 피어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언젠가 깨닫게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먼 훗날의 이야기였겠지요. 삶 속에서의 별들도 그러합니다. 앞만 보고 살아가다 보면 오늘의 하늘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습니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는 이상, 앞만 향하던 시선을 돌려 하늘을 바라봐야만 별이 있는지 볼 수 있습니다.



    

  행복도 그런 것 같습니다. 다가온 행복이 행복임을 보려고 노력해야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살아가는 나날의 모든 순간에서 늘 웃기만 할 수 없는 게 실상이라서요. 자주 그 상황에만 갇혀 있다 보면, 삶이 살고 싶은 것으로 여겨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버거움으로 짊어지게 되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간 가운데에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건, 그럼에도 행복을 향해 고개 돌리기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혹은 무언가로 하여금 행복으로 시선을 돌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이 됩니다. 무언가는 곧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신일 수도, 사람일 수도 책이나 영화일 수도,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비춰 든 햇빛 한 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거창한 어떤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한 방울에서도 우린 행복을 찾아낼 수 있는 이들입니다. 별을 보고자 힘을 내어 고개를 올리듯, 행복을 보기 위해 마음을 내어 자꾸만 감기려는 마음의 눈을 치켜 떠보는 건 어떨까요. 어느 누군가에게는 쉬울 수도 있지만, 또 어느 누군가에게는 별빛을 향해 고개 올리는 것조차 큰 과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아는 것이 곧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저마다의 속도로 별빛과 더불어 행복 또한 한아름 품어내는 그 날에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별빛의 세기는 제각각입니다. 밝은 빛을 지닌 별들은 별 다른 노력 없이 눈길이 이르는 대로 닿을 수 있지만, 보다 약한 빛을 띠는 별들의 경우 보다 동공을 크게 확장시켜 온 집중을 쏟아야만 볼 수 있기도 합니다. 한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희미하지만 반짝이는 작은 별들도 빠지지 않고 마음에 새길 수 있습니다.

   행복도 그런 것 같습니다. 모두가 보기에 다 한마음 한 뜻으로 행복이라고 인정하게 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때론 고난이란 포장지를 두르고 다가와 그저 불행이라고 여겨지는 행복들이 있기도 합니다. 찬찬한 마음으로 그 속에 담긴 행복을 바라보려, 겉면에 쌓인 포장지를 풀어내기 위해 하나 둘 노력하다 보면 비로소 그 행복 또한 발견 해 낼 수 있는 듯합니다.



   그런가 하면 그 어떤 별빛도 볼 수 없는 흐린 밤이 있기도 합니다. 당장 우리 눈에 그 별빛이 담길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별이 떠 있지 않은 것도 빛나고 있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자나 깨나, 별은 언제나 한결 같이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자기만의 세기로 빛을 내며, 자신만의 주기로 반짝이며 우리의 머리맡에 함께 하루들을 나고 있습니다.

   행복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온 사방을 넘어 하늘까지 막힌 듯하여 옴짝달싹할 새가 없는 것 마냥 숨 쉬는 것조차 일이 되는 나날이 있기도 합니다. 온몸 주위로 안개만 가득한 그 순간에 그럼에도 행복은 저마다의 모습들로 언제나 함께 하고 있습니다. 무사히 오늘을 지나 보낼 수 있는 것도, 울어낼 수 있는 것도, 그저 잔잔하게 그 순간들을 머금어 낼 수 있는 것도. 사실 이 생을 살아가는 그 무엇 하나도 당연한 건 없습니다. 머리 위로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이 있다는 것도, 땅이 있다는 것도, 해가 뜨는 것도 달이 뜨는 것도 바람이 부는 것도 비가 내리는 것도, 이 세상이 있다는 거 그곳에 우리들이 있다는 것. 그 무엇 하나도 섬세한 숨결이 닿지 않고서는 굴러갈 수 없는 것들 투성이 입니다. 





별은 어디에나 없지만 어디에나 있습니다. 

행복은 어디에나 없지만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렇게 당연하지 않지만 당연한 듯 그럼에도 곁에 머물러 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당연하지 않은 나날 속 당연하지 않은 것들의 존재가 그저 그 자체로 다시금 더 뜻깊게 새겨지게 되는 이 순간입니다. 있어주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괜찮아서 괜찮다는 그 마음에 감사를 전하며,


작가의 이전글 이따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