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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용 Jul 01. 2024

<인사이드 아웃 2> 아이들에게 어떠한 행복이 필요할까

<인사이드 아웃 2>에서 기존 감정들은 라일리의 일상 경험 중, 장기 기억으로 가져갈 것과 잊을 것을 선택한다. 장기 기억으로 선택한 것은 신념 저장소에 쌓는다. 신념 저장소에 쌓인 기억은 각각의 줄기를 위로 뻗고, 이것이 하나의 튼튼한 자아가 된다. 그렇게 처음 완성된 자아는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것이다. 자아를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 요인인 듯하다. 좋은 사람이라고 느낄만한 경험과 선택된 장기 기억이다.


경험은 자아를 만든다. 연결된, 그리고 쌓인 경험은 하나의 맥락이 된다. 몇 가지 사실보다는 스토리가 기억하기 쉽다. 동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빨간 것은 사과, 사과는 맛있다." 같은 것이 그 예다. 새빨갛다고 맛있는 사과는 아닐 수 있지만, 마트에서 사과를 고를 때 여지없이 빨간 사과를 고른다. 이처럼 어떠한 경험을 쌓는 것인가가 자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인에 비해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는 아이는 빨간 것을 사과나 화단에 핀 꽃, 혈액, 인사이드 아웃의 "버럭이" 캐릭터 등을 떠올린다. 다만 성인이 되며 빨간 것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랑과 열정, 경고, 분노 같은 문화적 경험도 쌓는다. 색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태도 또한 마찬가지다.

ⓒ 인사이드 아웃 of DISNEY&PIXAR. All right reserved.

내가 자라면서 아버지에게 배웠던 것도 단 하나였다.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기 위해서 설령 내가 손해 보더라도 관계 우선의 친절을 베풀라는 것이다. 이를 테면 한 부모 가정이었던 우리 집도 상황이 넉넉지 않았지만 여름에 삼계탕을 많이 사 와서 옆 집 혼자 사는 할머니에게 전한다거나, 어렸을 때는 시골의 대중교통이 지금보다 좋지 않았는데 차를 타고 가다 끝없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을 마주하면 목적지까지 타시겠냐고 먼저 물어본다거나, 돈은 버는 것보다 아껴 쓰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면서 수십 년 간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아버지에게 "사회에 헌신하는 사회복지사와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아들 둘은 분명 아버지가 삶을 사는 방식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가히 '혐오의 시대'라고 말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이 넘쳐난다. 심지어 오프라인에서도 '노키즈 존, 노시니어 존, 노줌마 존, 노펫존 등'의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관계 위주의 자아를 가진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지만, 혐오가 우리 시대를 더 서술하기 쉽다. '위험의 외주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사고, '돌봄 노동' 최저임금 차별적용 주장, 소수성에 대한 노출이 많아진다고 나의 성 선택이 달라지지 않음에도 서울광장에서 퀴어 축제조차 열리지 못하는 것이 현재다. 이는 우리 사회의 바로미터인 동시에 미래 아이들에게 혐오를 가르치는 것과 같다.


자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인 중 다른 하나는 선택된 장기 기억이다. 사람은 나쁜 상황에 좋은 기억을 선택해 기억함으로써 회복탄력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다양한 감정 중 "기쁨이"가 대장 역할을 맡는다. 나는 이것이 일종의 왜곡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기쁨이"라는 캐릭터에 행복과 긍정의 개념이 혼재되어 있다고 느꼈다. 슬픔을 느끼거나, 부정한다고 해서 불행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감정은 행복을 "기쁨이"에게 위임한다. 여기에 더해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는 것은 '라일리'가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것과 행복한 것만이 좋다는 관념이다. 스스로 행복하길 바랄 수 있지만, 행복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인가는 다시 고민해 보아야 한다.

ⓒ 인사이드 아웃 2 of DISNEY&PIXAR. All right reserved.

우리가 자주 오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타인에게 삶의 이유를 물으면, 행복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테면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이 돈 버는 일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이유는 맛있는 것을 사 먹고,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고,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기 위함이다. 이는 곧 나의 삶에 대한 안녕 추구, 즉 행복으로 귀결된다. 물론 분량의 한계로 많은 부분을 생략했지만, 행복으로 귀결됨은 여지가 없는 듯하다. 여기서 쉽지만 큰 오해는 사람이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왜곡되어 있다 보니까, 다양한 감정 중 "기쁨이"가 대부분의 결정권을 갖는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제10조에 명시되어 있다. 이를 세심히 살펴보면 행복은 누구에게나 응당 부여된 권리가 아니다. 스스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때로는 슬픔의 감정 속에서, 부정하는 상황 속에서, 타인과 관계하는 과정에서 느끼기도 한다. 다양한 감정이 각각의 의무를 다하고, 결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 또한 자신만의 행복이 우리가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아니다.


내 행복만 우선시하다 보면, 영화에서처럼 관계를 망치기 쉽다. 내가 추구해야 하는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로부터 타인을 지키는 것도 응당 필요하다. 뉴스레터 [인스피아]에서 공감을 타고난 감성지능이라거나 자연스러운 양심의 영역이라고 보는 것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움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억지로 내 상황을 벗어나서 굳이 전체적인 맥락을 바라보아야 하는 일이다."


영화에서는 선택받지 못해 버려진 기억이 기존 감정들의 본부로 복귀 과정 중에 신념 저장소로 합쳐지게 되며, 이전보다 다양하고 견고한 자아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나는 다양한 기억 중에서도 행복을 스스로 추구하듯이 타인을 혐오하지 않도록 하는 기억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은 회복탄력성을 갖도록 설계되어 있다. 나쁜 상황이 많은 환경에서는 좋은 기억을, 좋은 상황에서는 나쁜 기억을 저장함으로써 균형을 맞춘다. 현재가 혐오의 시대, 나쁜 상황이므로 관계 기반의 기억을 추가로 선택함으로써 혼자만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함께 행복함을 추구해야 한다.

ⓒ 인사이드 아웃 2 of DISNEY&PIXAR. All right reserved.

성장 환경이 발전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내가 어렸을 때보다 현재가, 우리 아버지가 어렸을 때보다 내가 어렸을 때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을 테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를 배웠지만, 지금은 유치원 때 영어를 배우는 시대다. 학업뿐 아니라 생존 수영과 인라인 스케이트, 바이올린도 학교에서 공교육으로도 배울 수 있다. 심지어 '개근거지'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해외여행이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하지만 타인과 관계 기반의 경험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 아닐까 싶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아이와 상담하다 보면 타인의 감정에 관심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네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선생님 감정이 어떻겠어?"라는 질문에 "제가 왜 선생님 감정을 알아야 하나요?"라고 대답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 하지만 경향성이라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저출생으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를 많이 이야기한다. 이를 테면 생산할 수 있는, 생산한 물품의 소비를 주도하는, 늘어나는 복지 비용의 세금을 충당할 세대가 사라진다고들 한다. 이는 마치 경제의 부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 친구 관계에서도, 형제와 자매 관계에서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절대적인 소수 입장에서의 세대 간 관계에서도 사회 기술 훈련을 할 기회는 점차 줄어든다. 이는 단순히 생활에서 불편함의 수준을 넘어 사회 관계망 형성에도 어려움을 경험하도록 할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서로의 생각이나 감정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표현하는 아이의 잘못으로 보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어떠한 것을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배우도록 했는지에 대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라는 자아는 무작정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고 생기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라는 경험과 기억을 적극적으로 선택함으로써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 인사이드 아웃 2 of DISNEY&PIXAR.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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