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서면 인터뷰
Q. 성함. 나이. 하시는 일 등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33살, 사회복지사로서 노동하는 동시에 고립 청년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김재용입니다.
현재 구에서 지역사회보장계획을 수립하거나 모니터링하고,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문제를 예방하거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낮에는 사회 변화를 이루려고 행정 서류를 쓰고, 밤에는 사회 변화를 바라며 ‘고립’이나 ‘가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이해하기 쉽게 에세이 형태로 쓰고 있습니다.
고립과 관련한 활동을 소개해 드리면요. '고립 청년'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음침하고 사회 부적응적이며 요즘 청년이 게으르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통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립’이라는 것에 개인 문제보다 사회 구조적인 측면을 알리려고 <고립 청년>을 브런치에서 연재했습니다.
Q. 직장을 다녀도 고립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스스로 고립 청년이라 칭하는 김재용 님의 경험담을 말해주세요.
직장인이어도 고립될 수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이 좋겠네요. 저는 9-6 사무직 노동자입니다. 업무 전화를 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의도 진행하고, 이것이 실현될 수 있게 관리자에게 결재도 받습니다. 하지만 업무상 이루어지는 소통을 제외한다면, 사적인 대화는 거의 없습니다. 여기서 가장 큰 오해가 생깁니다. 제가 고립 청년이라 말하면 다들 놀라고는 하죠. 대부분은 ‘고립’을 '은둔'과 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고립'과 '은둔'은 명확히 다릅니다. 우리가 흔히 영화나 뉴스에서 본, 집 밖을 나서지 않고 집에만 있는 사람은 '은둔'에 해당합니다. 반면 '고립'은 정서적, 경제적, 사회적, 일시적 등 다양한 형태로 단절된 형태를 말합니다. 저는 직장이 있어서 평일은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지만, 힘든 일이 있거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정서적 고립의 상태입니다. 다시 말해 정서적인 고립을 경험하지만, 돈을 버니까 경제적인 고립은 없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고 은둔 상태는 아니에요. 다만 고립 형태가 복합적일수록, 은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Q.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차이가 있을까요?
앞서 은둔과 고립을 구분했듯이, ‘외로움'과 ’ 사회적 고립' 역시 구분이 필요합니다. 외로움은 사회적 관계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주관적인 것이라면, 사회적 고립은 사람 간 상호작용의 양이나 질이 부족한 상황을 말합니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 모두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립된 사람은 외로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고립과 은둔,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Q.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왜 이리 고독하고 힘든 걸까요.
큰 원인은 일자리로 추정됩니다. 우리 사회나 가족, 개인이 선망하는 직업군이 있죠. 이를테면 ‘사’ 자 돌림이나 대기업, 공무원 등이요. 하지만 전문직은 극소수만이 성취 가능한 데다가, 대기업은 신입 사원 대신에 경력직만 뽑고, 기술의 발달로 사람보다는 기계나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중소기업은 청년 구인난을 호소하는 반면, 2023년 고용 조사에서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20대 인구가 35만 7000명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조사가 있었어요. ‘2022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45.5%가 ‘실직하거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어서’라는 이유로 고립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성인이 되고 나서 부정적 경험을 물었을 때, ‘내가 원했던 때에 취업을 못했던 경험(64.6%)’이 가장 많고, 다음은 ‘내가 원했던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던 경험(60.7%)’ 순입니다. 청년은 게으르거나 연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스펙을 쌓으며 충분히 노력하고 일자리를 성취하려 열망했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사회 구조적 문제로부터 피해받는 당사자죠.
우리 사회가 선망하는 직업, 부모나 개인의 기대, 이것을 실시간으로 비교 가능한 SNS 발달 등 복합적인 문제가 켜켜이 쌓여 ‘청년 고립’의 형태로 발현되는 것뿐입니다.
Q. 정부의 고독사 방지 대책은 중장년, 노인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청년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에 동의하시나요? 어떤 부분이 개선되면 좋을까요? (2022년 고독사 사망자 경우 20대의 71%, 30대의 51%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생을 마감. 보건복지부)
우리 사회가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거나 인식할까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아프니까 청춘이라거나, 개인 노력으로 삶을 완전히 바꿀 힘을 가져야만 하는 시기로 인지하고 있지 않을까요? 다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일자리가 차고 넘치고, 은행에 적금만 넣어도 자산 증식이 가능하고, 경제 호황기로 매년 경제 성장이 되는 시기는 지난 지 오래입니다.
누구나 선망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엄두조차 낼 수 없고, 물가 상승률이 이자를 앞서 은행에 맡긴 현금의 자산은 줄어들고, 경제 성장은 없는 것과 진배없어서 소비마저 줄이는 현재 자영업도 어렵습니다. 청년이라는 시기는 사회로 진입하는 생애 주기인데요. 이 준비 기간이 늘어나다 보니, 일종의 ‘K-타임라인’으로 일컬어지는 과업을 포기하는 거죠. 그러니까 청년이 ‘영끌, 빚투, 코인’으로 한방을 노리는 것에 몰두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K-타임라인’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본다면요.
절대적 다수가 과거의 경제 호황기를 경험한 사회 구성원이기에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청년을 게으른 존재로 봅니다. 따라서 복지가 필요한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제 청년과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성세대는 사회적 경험이 너무나도 달라 공간만 나눠 쓸 뿐이지,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임을 함께 인식하고, 노동시장이중 구조 개선, 사회 신분을 결정토록 하는 교육 시스템 개혁 등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고립청년이 '고독사 위험군'에 해당될까요?
흔히 알고 있듯이 고독사 방지 대책은 ‘중장년, 노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중장년이나 노인층의 고립과 청년의 고립은 원인이나 드러나는 현상이 극명하게 다릅니다. 개인의 문제를 일반화할 수야 없겠지만, 중장년과 노인의 고립은 연금 미수령과 고령으로 인한 신체적 노화, 돌봄 부재, 열악한 일자리 등 절대 빈곤으로 최저한의 삶을 지원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청년 고립은 다릅니다. 과거나 현재의 실패 경험에서 고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 심리적 회복과 앞으로의 건강한 삶을 위한 취업 지원이나 관계망 형성 등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합니다.
청년이라는 생애 주기 특성상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경우도 있어, 청년 고독사의 심각성은 아직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보호자와 단절되거나 이미 혼자 거주하는 고립 청년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본 적이 있습니다.
Q. 물리적인 고립이 아닌 (직장 및 소득이 있는) 청년들이 정부의 지원에서 배제되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셨는데, 어떤 지원을 원하는지 등 정부에게 건의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AI랑 대화하는 것이 편하고, 직접 만나는 것보다 SNS로 주변인의 삶을 훔쳐보기를 원하고, 친구보다 유튜버가 심적으로 가까운 사회잖아요. 이러한 경향은 강해질 것이 분명하고요. 이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시설 등 제도권의 지원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해요.
청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고독사를 예방하겠다면서 무작정 요구르트를 주기적으로 배달하는 방식인데요. 현재의 고독사만 찾으려는 방식으로는 청년 고립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거예요. 고독사로 인정되지 않는 책임 회피식 지원 아래서는 말이죠. 고립된 채 오랜 시간 살아있기만 한 청년의 상태를 원하는 것이 아닐테니까요.
결국 돈 문제라고 생각해요. 현재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방식입니다. 맞춤형 상담과 청년이나 1인 가구 센터 운영 시간의 유연화, 비대면 프로그램 개발 등 현장에서는 청년들의 욕구가 목소리로 기록되어 있을 거예요. 가성비를 좇는 정책이 아닌, 고립의 고통에 이야기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렇다면 저 같이 직장이 있지만 고립된, 다양한 형태의 고립 청년이 사회 안전망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