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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n Jul 08. 2019

청개구리 같은 인생.

호주 시드니에서 영주권을 준비하며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

즐거운 일이 있으면 괴로운 일도 있고, 괴로운 일이 있다면 곧 즐거운 일이 올 것이다.


내가 외국에 와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가장 많이 떠올리는 말이다.

힘든 일이 있다고 너무 좌절하지 말자, 괴로운 일은 곧 지나가게 마련이고 좋은 일은 반드시 올 것이다.








시드니에서 스폰서쉽비자를 받기 위해 카페에서 부 매니저로 일하기로 하기 시작할 때쯤, 내 주변의 많은 친구들은 이미 본인의 나라로 돌아간 상태였다. 정기적으로 같이 근처로 여행을 다니던 무리 중 한 명의 한국인 오빠만 시드니에 남아 있었는데 그 역시 곧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커피를 정말 좋아하던 오빠는 시간이 날 때마다 시드니에 있는 커피숍을 찾아다니며 맛을 보곤 했었는데, 커알못 내가 커피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뜰 수 있게 된 좋은 기회였다.








그 무렵 나는 운동도 시작하였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 누구와 만나지 않고 혼자 있는 것이 생각보다 괴로웠기에 그 기분에서 벗어나려면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호주에 온 뒤로 살이 붙은 것을 생각해냈다.

시드니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즐겨하고, 조깅을 하는 것도 자주 봤던 터라 나도 조깅을 시작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달링 하버를 따라 쭉 올라가는 길이 조깅하기에 좋을 것 같았다.


하루에 약 한 시간 반 정도 거의 매일 달리기를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비를 맞으며 조깅을 하고, 해가 쨍쨍한 날에는 선글라스를 쓰고 조깅을 했다. 처음엔 너무 힘들고 하기 싫었지만, 하루하루 나아졌다.

퇴근하고 운동하고 돌아와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샤워를 하고 나면 하루도 금방 가고 기분도 상쾌했다.

살이 빠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마음조차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더 이상 외롭거나, 우울하지 않았다.



제일 재밌는 것은 더 이상 우울한 기분이 들지 않고 떠나간 사람들을 그리워하지도 않게 될 즈음 나에게는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청개구리 같은 인생

인생은 정말 청개구리 같은 것이다.

친구들과 가족이 그리워 매일매일 괴로워할 때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느껴졌는데, 이제 정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고 느껴지게 되니 갑자기 주변에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시드니에서 공부하던 것은 Hospitality였다. 학교에서 만난 한 언니가 있었는데, 나와 같은 처지라 그런지 금세 친해졌다.

언니는 한 초밥 레스토랑에서 스폰서를 받기 시작한 상태로 시드니에서 산지는 꽤 되었는데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스타일의 성격이었다.

언니한테는 배울 점이 참 많았다. 이미 혼자서 지낸 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외로움에는 이미 통달한 모습이었다.

내가 걸어갈 길을 조금 먼저 걸어간 사람을 만난 것은 나에게 행운이기도 했을뿐더러 우리는 취미도 잘 맞았다.


언니와 쉬는 날마다 만나 브런치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떨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셨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바다에 가서 휴식을 취하거나 책을 읽었다.

차가 있던 언니는 근처의 예쁜 곳으로 드라이브를 시켜주기도 했는데,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카페에서 만난 친구들은 일본인과, 대만인으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전문가처럼 잘 찍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취미가 있다는 점 덕분에 금세 친해지게 되었고, 퇴근 후나 쉬는 날 종종 만나 근처로 사진을 찍으러 가곤 했다.







다시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힘들어 매일매일 울던 날이 언제였는지 기억에도 남지 않을 만큼 즐거운 일만 가득했다. 내가 좋아하던 여행도 다시 다니고, 일도 꽤 적응이 되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이 길게 느껴지던 힘든 매일매일이, 이제는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왠지 이제부터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만 같았다.






내가 바라보던 세상은 한정적이었다. 나를 든든하게 해주는 가족이 있고 언제든 만나 웃고 떠들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며, 모든 것은 그저 평화롭게 흘러만 갔었다.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나를 둘러싸고 있던 보호막을 벗어나 밖으로 나오고 보니, 너무나 아름답고 눈부시지만 많은 것이 달랐다.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이제는 나 스스로 나를 보호해야만 한다.



인생은 청개구리 같은 것,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만 가지는 않을 것이다.

거듭 된 상처를 극복할수록 나는 한 단계 성숙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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