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아프지 않다

태국 아유타야

by 윤진

일년 내내 더운 나라.


겨울이 되면 좀 덜 덥고

여름이 되면 좀 더 더운 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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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머물다

구름을 방패삼아 쉬엄쉬엄 2시간을 이동해서

아유타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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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를 누렸던 400년,

앙코르왕국과 크메르왕국까지도 흡수하는 동안

줄곧 태국의 수도였던 아유타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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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히 무너진 채

텅 비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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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세를 떨치던 버마군의 공격으로 아유타야가 파괴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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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왕조는 두번째 공격이 두려워 수도를 방콕으로 옮기고

아유타야는 그대로 200여년 동안 버려졌습니다.


금박으로 덮혀 있었던 체디는 모두

불에 태워지고 녹여져 전리품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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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백년의 비바람으로도

씻겨내려 가지 않은 검은 재와 이끼가

옛날의 빛나던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기의 정복자들은 그랬답니다.


아유타야왕국은 크메르왕국을

버마는 아유타야를

몽골은 버마를

완전히 멸망시키기 위해

깨끗히 죽이고 모조리 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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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신을 모시는 불교의 나라에서 전쟁을 하면서

어찌 이리 불상들을 모조리 참수를 하였는지

다른 민족의 부처는 한낱 돌덩이에 불과했는지.



식솔들이 처형당하는 끔찍한 장면을 볼수없어 눈을 감아버린 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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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끌어낸 온화함이 더욱 슬퍼지는 얼굴을

마음속으로 쓰다듬어 보다

놓아주고 돌아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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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찾지 않는 담벼락 바깥에 홀로 있던 불상에게로 갑니다.


모두 똑같아 보여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이 가는 하나를 발견하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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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바라보고 천천히 쓰다듬으면

놀랍게도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 하며

숨을 쉬는 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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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어깨

불에 그을린 얼굴.

가까스로 봉합된 그의 형체가 다행스럽다가도


눈꺼풀을 살며시 열어보면

그날의 장면이 망막에 맺혀있을 것 같아 울컥.


아프지 않다.

그들에겐 한갖 미물인 내가 이리 되었을 때

살아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겠느냐.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울컥.


긴 호흡이 흐느낌으로 바뀔 때까지

얼마나 시간을 보낸건지...


해는 바로 머리 위.

사정없이 내리꽂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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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져 나간 불상의 머리 중 하나가

긴 시간 땅속에 묻혀 있다가

200년 후에 보리수나무 뿌리와 함께

세상밖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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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려고 멀리서 날아와서


저절로 숙연해지는 사람들앞에 마주한


단단한 입술

날카롭게 드러난 콧등

눈물을 흘리고는 있으나

담담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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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시리 눈물이 아른거리는 것은

너무나 뜨거운 햇빛때문이라 여기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나무 밑에 앉아 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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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둘레를 걸으며

가까이서 보면 놓치기 일쑤인 선들을

따로 불러내어 둘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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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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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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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약속하는 젊은부부가 있고


그 앞에

어려운 일을 함께 견디고

15년의 평범을 쌓아올린 후

낡은 부부가 된

남편과 내가 서 있습니다.



상처입은 채 버려진 모습일지라도

오랜세월동안 그대로 였기에

여전히 가치 있는 이곳처럼


당신이 어떻게 변해가든

오랜 세월 내 옆에 있어준다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으로 대해 주겠다는

그날의 약속.


우리는 잘 지키고 있나

괜히 한번 쳐다보고

부채질을 해주며 피식 웃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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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신에게

그들의 행복을 기도하며

살며시 우리의 행복도 끼워넣기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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