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퀘스트, 가족계획을 세워라

by 일희

어느 학교 갈래? 어느 직장 가질래? 남자 친구 안 사귀니? 결혼은 언제 하니? 퀘스트를 차례대로 멋지게 깨왔건만 또다시 메인 퀘스트가 등장했다. 아이는 언제 낳을 거야?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난 나중에 결혼 꼭 할 거야!" 했던 나는, 사랑하는 남편을 꼭 닮은 아이를 꿈꿔왔다. 남편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지 않는다면 살아가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우리지만 자녀계획을 묻는 질문은 부담스럽다.

언제 낳을 거냐고? 나도 몰라!


우리 엄마가 젊었을 적, 나이가 차면 당연히 결혼하고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던 그런 시절. 생기는대로 낳다 보니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고 외치던 시절은 지나가버렸다. 맞벌이 부부로 둘의 소득이 나쁜 편은 아님에도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직 우리 집 현관만 우리 건데 여기서 아이를 위한 돈을 더 쓴다고?


비단 경제적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임신 출산에 딸려오는 나의 커리어 단절은 어떤가? 퇴근 후에 남편과 둘이 보내는 오붓한 시간은? 겨울이 되면 스키장에 가야 하고 올봄에 비행기표도 끊어놨고 여름이 되면 서핑도 해보기로 했는데? 아직도 세상에 못 즐겨본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데 오랜 시간 동안 포기해야 한다니!!!!


처음 유기견 보호소에서 강아지를 데려온다고 했을 때, 엄마는 내 딸이 아이를 안 낳는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하셨다. 그때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했는데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키워보니, 걱정이 된다.


강아지를 돌보는 남편을 보면서 다정하고 책임감 있는 아빠가 되겠다 기대되기도 하고,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강아지 덕에 행복한 순간도 많지만 만약, 만약에 입양 전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생명을 돌본다는 것엔 수많은 책임이 따른다. 강아지는 밥그릇에 밥을 담아주면 혼자 먹는다. 여덟 살이나 먹은 우리 깜상이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도 하루 종일 짖지도 않고 잘 기다린다. 그렇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자리에 머물러있는 강아지와 다르게 하루하루 성장하고 혼자 살아가겠지만, 오랜 시간에 걸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딩크 선언을 할 것인가? 글쎄.. 그건 또 아닌데..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는 것보다 안 낳기로 결정하는데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정말 둘만살아도 행복할까? 뒤늦게 아이를 갖고 싶어 지면 어쩌지? 그런데 너무 나이가 들어 힘들면 어쩌지? 부모님이 실망하실 텐데, 사랑하는 당신을 닮은 우리 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정말 기쁠 것 같은데!



수많은 물음표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은 미루기로 했다. 낳을지 말지 낳는다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응. 아무튼 지금은 아니야.


사실 인생을 살면서 계획대로 되는 게 몇 가지나 있을까? 내 인생에서 계획대로 된 건 하나도 없다. 가려던 학교에도, 가려던 직장에도 못 갔다. 끝이 보이는 연애를 시작했는데 결혼해버렸다. 아이도 그렇게 되겠지. 흘러가는 대로 행복하게 살다 보면 결론이 나겠지.


일단 남편이랑 나랑 우리 강아지랑 셋이서 한가족이 되었으니. 얼추 가족계획의 70%는 세워지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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