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방식

우리 부부가 돈 쓰는 법

by 일희

친구들이 결혼예물로 명품가방 하나씩 장만하니 나도 구찌 가방이 꼭 하나 갖고 싶었다. 결혼 예복으로 코트를 사준다는 말에 남편은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갖고 싶다고 했다. 부유하진 않지만 살 수 없는 건 아니었고, 서로가 반대하지 않았음에도 결국은 구입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치하지 않는 알뜰한 커플인고 하니 그건 아니다.


알뜰히 모아 적금하기로 한 돈을 털어 남편은 겨울맞이 스노보드 용품을 몇십만 원어치 구입했다. 앞으로 스키장에 다니면서 또 많은 돈을 쓰겠지. 나는 오늘 백만 원대의 악기를 구입했다. 어제는 여행적금을 털어 프랑스행 항공권을 충동적으로 예약했다. 이틀새에 그토록 사고 싶던 구찌 가방 하나는 너끈이 구입할 돈이 사라져 버렸다.

오늘 구입한 나의 우쿨렐레


그럼 우리가 충동적으로 지출하는 소비 대왕 커플인고 하니 그것도 아니다. 카페에서 먹는 4천 원짜리 커피 한잔이 아까워 결혼 전부터 집에서 내려마셨고 한 끼 밥 먹으려 3만 원씩 내는 게 아까워 집에서 못해먹는 음식이 없다. 배달음식도 잘 시키지 않는다. 웬만한 건 DIY로 해결하니 집안에 어설픈 구석도 많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자마자 모든 재정상황을 오픈하고 통장을 하나로 합쳤다. 통장을 합치기 위해 빠르게 혼인신고를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집 경제상황에 대해 항상 공유하고, 용돈 말고는 모든 소비에 대해 상의한다. 이 과정에서 단 한 번의 싸움도 없었던 건 우리의 소비방식이 닮았기 때문이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유로운 삶을 위해 야근도 투잡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넓은 집에서 좋은 차 끌며 사는 것이 여유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사는 것이 여유롭다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 배우자가 될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우리 부부는, 열심히 일해서 재미있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다. 지금의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매일 사표 내고 싶은 마음을 달랜다. 초과근무는 지양하고, 근무시간에 열심히 일하고 퇴근해서 저녁 있는 삶을 즐긴다. 여행을 위해 한 달에 20만 원씩 적금하고, 재산이 되지 않는 사치품에 돈 쓰지 말자 약속했지만 취미생활엔 기꺼이 돈을 쓴다. 늘어가는 취미가 어찌나 우리의 삶을 재미있게 만드는지, 프러포즈 때처럼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살자!" 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는 카페에서의 분위기와 식당의 편리함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다. 중요한 자리에서 입을 수 있는 좋은 옷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여길수 있고, 취미생활에 큰돈을 쓰는 건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답이 없는 소비생활에서 중요한 건, 부부의 생각이 닮아있거나, 적어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곳에 소비할지 생각해보고, 대화해보고, 결정하고 나니 그토록 살까 말까 고민했던 명품가방 외제차가 부럽지 않다. 나의 소비가 자랑스럽고 만족스럽다. 결혼생활이 즐겁고 나의 삶이 행복하다.


나를,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소비는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해보자. 한 달에 단돈 오만 원씩이라 도 모아 나의 행복을 위해 사용해보자. 명품을 구입해도 좋고, 여행을 가도 좋고, 수집품을 모아도 좋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식도락을 즐겨도 좋고, 소비하지 않고 통장에 모이는 돈을 보며 즐거워해도 좋다.


어떤 소비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