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멋을 부려야 할 때면
딸의 아이템에 도움을 빌린다.
어느 날은 누나가 더 이상 안 입는 코트,
어느 날은 아이쉐도우.
내 생일을 축하하자며 누나와 엄마가 서울 자취방으로 왔다. 오늘은 누나의 아이라이너가 채택됐다.
엄마의 서툰 아이라인을 보고 슬퍼졌다. 매끈하고 완곡하게 그리지 못한 아이라인이 엄마의 서툰 삶을 그려 놓은 것 같았다.
나는 그 서툶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원인 제공자가 나임을 모르지 않아서.
언제 어디서부터 엄마의 삶이 서툴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아이라인을 얇고 우아하게 그리게 될지.
다 성장한 아이들의 엄마가 아닌,
60에 다가서는 여성으로 살지.
엄마의 아이라인을 보고 아득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