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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은 Feb 07. 2021

게으름은 감미롭다

그동안 나는 쫓기고 있었다. 나에게.

마음이 다급하면 정확한 목적지 보다, 일단 발걸음을 내딛는 게 중요해지고, 내딛는 순간이 주는 안도감에 심취하다 보면 방향 감각을 잃게 된다.


방향 감각을 잃고서 회사-집, 회사-집을 반복하다 보면 이젠 나 마저도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인생에서 일을 떼어내고 나면 나에게 남는 건은 무엇일까. 일이 인생의 중심이고 나는 고작 남겨진 시간만 살아간다면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맞나.


계산해봐도 그렇다. 하루는 24시간이지만 수면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6~7시간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해도 만족하기 어려웠고, 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시간을 아쉬움 없이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단, 헬스장을 다니기 전까지는.


본론이다. 일주일 전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단 십 분 만에 신체의 한계에 다다랐다. 기상한 지 채 삼십 분 만에 오늘 하루는 이만하면 됐구나라는 만족감이 들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느끼던 시절의 나는 감미롭게 게을렀구나. 헬스장을 다니고 나서야 체감적인 시간의 속도가 제자리를 찾았다.


이 글은 헬스장을 등록한 지금, 이 시점의 초심을 박제하기 위한 다짐과 기록이다. 이 기록이 언젠가 흐물흐물해진 나의 각오를 다시 단단하게 만들고, 조급해진 시간의 강박에서 여유를 되찾아 주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헬스장을 다니며 느낀 바를 글로 정리하겠다. 더 바라본다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어떤 각오의 작은 불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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