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기 1탄
우리는 지치길 원했다. 정구, 희원 부부와 경환이 넷이서 울릉도행을 결정했다. 우리는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느라 피로한 상태였지만, 그런 도시의 무기력한 피로함 말고 울릉도의 바다가 선물해 주는 예쁜 피로에 지치길 원했다.
맛집으로 유명세를 얻은 식당에 가려면 '맛있는 음식'이라는 단일 목적을 위해 나머지 만족 조건들은 내려놓게 된다. 거리가 멀어도, 서비스가 조금 불친절해도, 기다려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어도 그 과정들이 오히려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조미료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울릉도는 거의 연돈 급이다. 울릉도에 입도하려면 모두가 배를 타야 하는 수고를 겪어야 한다. 극악무도하게도 배편 시간은 오로지 아침 8시뿐이다. 울릉도에 연돈이 생기지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동해의 파도와 오랜 줄 서기로 인해, 숙성 다짐육이 된 한국인들이 반쯤 감긴 눈으로 돈가스를 맛보는 풍경이 그려진다. 연돈 사장님께선 이 글을 보신다면 부디 울릉도에는 분점을 자제하여 한국인들의 불굴의 의지를 더 이상 시험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딴소리를 해버렸다. 결국 우리도 후포항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기 위해, 전날 저녁부터 모여 서울에서 출발해야 했다. 반가운 사람들과 조용한 고속도로를 달리며 새벽을 보내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었다. 정체 없는 도로의 고요함은 여행으로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고, 반가움을 천천히 음미하도록 했다.
후포항 해변도로에 도착했을 땐, 동이 트고 있었다. 감격과 함께 모기 떼도 밀려들었다. 태양이 수평선에 올라오기도 전에 하늘이 불타올랐고, 모기 물린 곳이 부풀어 오르기 전에 내 몸 이곳저곳도 불타올랐다. 멋진 경관을 보더라도 깊이 있고 의미 있는 감상을 해내는 것은 보는 이의 여유에 달렸다고 모기가 내 온몸에 주입식 교육을 해주었다.
아찔한 가르침을 만끽하다 보니 출항 시간이 다가왔다. 멀미약을 먹고서도 멀미로 고생한 울릉도 후기를 제법 보았던 터라 멀미를 하지 않을까 긴장이 되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책을 읽으며 출항을 기다렸는데, 어느샌가 정신을 차려보니 도착해있었다. 독서 중에 잠들었다가 눈을 뜨면 활자를 마주하기가 무안해진다. 그러나 이 일도 내성이 생기는지 요즘은 무안함보다는 개운함을 더 강하게 느낀다.
울릉도의 입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을 울릉도를 다녀온 사람들만이 이해해줄 것이다. 여행을 다녀온 것은 8월 말이므로 울릉도 여행기를 통해 다시 한번 기억 속의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입도 과정을 글로 써보니 PTSD가 오는 것처럼 괜히 피곤해진다. 한 숨 고르고 울릉도 여행기의 본편은 다음에 이어서 써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