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맨스
제3화 _to Prague with Q
From Dresden to Prague with Q
"Don’t look away. Never look away. All that is true is beautiful."
영화 Never Look Away 중에서
파리에서 세 번째 아침. 여자는 호텔 식당에서 커피와 토스트를 챙겨 방으로 들어왔다. 파리의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도 여자의 마음은 먼 곳에 있었다. 어젯밤에 Q에게 보낸 에펠탑 사진에 대한 답장을 확인했다.
"사진 잘 봤어. 같이 있지 못해 미안해. 보고 싶다."
Q의 메시지는 1년 전 그들이 함께한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1년 전, 2019년 4월 21일, 드레스덴에서 프라하로 가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마치 한국의 한적한 시골길 같았다. 여자는 평온한 기분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갑자기 앞에서 끼어드는 차에 놀라 남자의 팔을 잡아당겼다. 순간 차는 기어가 중립으로 바뀌었고, 남자는 차를 다시 드라이브에 넣었다.
"왜 그래요? 괜찮아요?" 남자가 물었다.
"미안해요. 그냥 놀랐어요." 여자는 민망함을 감추려 했다.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도 여자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 순간 여자는 자신이 남자 앞에서 너무 약해진 것 같다는 생각에 서글퍼졌다. 차 안에 흐르는 노래들은 전부 슬프게만 들렸다. 노래 속 가사들이 마치 그녀의 감정을 대변하듯 마음에 박혔다.
남자는 여자의 표정이 안 좋아 보이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여자는 대답 대신 창밖을 응시했다. 곧 둘의 여행이 끝날 것이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답을 피하려는 듯 스카프로 얼굴을 감싸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남자는 차를 세우며 말했다.
"쉬었다 가요."
"아이스크림 먹으러?" 여자가 가볍게 농담했지만, 그 목소리엔 억지로 흥을 내는 듯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그런 건 없을 것 같은데요? 여기는 체코로 가기 전에 통행권을 사야 하는 곳이에요. 1주일짜리도 있고, 6개월짜리도 있어요." 남자는 평온하게 설명했다. 그들의 대화는 사소해 보였지만, 그 안에는 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는 동안 남자는 여자의 마음이 불편한 것을 눈치챘다. "많이 놀랐어요?" 그가 묻자, 여자는 작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놀란 게 아니라, 그냥 미안해서요. 내가 아까 팔을 잡어서..."
"괜찮아요, 당신이 놀란 게 걱정돼서 물어본 거예요." 남자는 여자의 감정을 더 알고 싶었지만, 여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
둘은 다시 차에 올라 길을 떠났다. 길가에 펼쳐진 풍경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30분쯤 더 달렸을까? 여자는 잠시 후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간 되면 차 잠깐 세울 수 있을까요? 사진 좀 찍고 싶어요."
남자는 여자가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남자도 여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예정된 스케줄 때문에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요, 시간 되죠." 남자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목소리엔 미안함과 나중에 찾아올 그리움이 벌써 묻어 있었다.
차는 한적한 시골길에 멈췄다. 여자는 차에서 내려 푸른 들판으로 걸어갔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원피스 자락이 보리수와 어우러졌다. 남자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여자의 뒷모습은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여자는 휴대폰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찍으며 남자의 모습을 함께 담았다. 둘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잡으려 애쓰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러나 진실은 아름답다. 사랑이라는 진실.
All that is true is beautiful.
이 여자와 남자는 왜이렇게 불안해 보이는 사랑을 하고 있을까? 무엇이 그들을 불확실성에 외롭게 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