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첫 만남의 시간이 찾아왔다.
우리는 그렇게 옮겨온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화를 시작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둥 마는 둥, 나는 곧장 그녀의 인스타그램 탐색에 들어갔다.
그녀의 인스타 속 사진들은 충분히 나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여행사진들, 특히 등산을 즐기는 사진들과 수많은 자연경관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닮았기에 이목을 끌었다.
당분간 대화는 "밥 먹었어요?", "좋은 하루 보내요"처럼 영양가 없는 수준에 머물렀다.
염탐을 완료한 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화해 보기로 했다.
취미는 무엇인지? 키르에 어떤 곳을 가보면 좋을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그녀의 취향에 대해 물음 하며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당시 키르기스스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가 본 곳이 거의 없었다.
비슈케크(수도)에서 가깝고 국립공원인 알라 아르차(Ala Archa)를 갈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걸 핑계로 이런저런 질문과 대화를 이어갔다.
�(임과장) : 주로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은 등산을 가면 어떤 것을 먹어?
�(그녀) : 우리는 주로 샌드위치와 티를 먹어, 학생 때는 돈이 없어서 마트에서 파는 샌드위치(한국 편의점 햄버거와 유사하다)와 음료수를 먹었어.
� : 아 그래? 한국사람들은 등산! 하면 오이를 챙겨가. 그리고 식사로는 김밥과 컵라면이야! 김밥과 라면은 샌드위치처럼 먹기 간편하거든!
(어떻게든 공통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 : 김밥? 그거 먹어본 것도 같은데..?
(훗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1도 없었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이 K-POP과 K-드라마를 이야기할 때면 왜 한국 문화에 저렇게 흥미를 갖고 좋아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 : (김밥 사진을 보내며) 이거야. 김 위에 밥과 채소들 그리고 고기나 참치를 넣어서 돌돌 말아 만들어. 학생 때 소풍을 가면 항상 김밥을 먹어서 지금도 김밥을 보면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라.
� : 오! 이거 먹어본 것 같아.
� : 한식 먹어본 적 있어? 어떤 걸 먹어봤어?
� : 음.. 김밥 먹어본 것 같고.. 음..
� : 아마 많이 먹어봤을걸? 비슈케크에 한식당이 엄청 많거든!
� : 정말? 난 몰랐어, 아! 언니랑 한식당에 갔었다!
� : 한국 치킨 먹어봤어? 내 생각에 한국 치킨이 세계최고야!
� : 진짜? 나 치킨(닭고기) 좋아해!
자연스럽게 알라 아르차에서 한식으로, 한식에서 치킨을 핑계 삼아 슬쩍 본심을 던졌다.
그렇게 24년 7월 28일 첫 만남에 대한 약속을 잡았다.
약속을 2~3일 앞두고 급하게 연락이 왔다.
� : 저기.. 내 친구 중에 한국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있는데 같이 가도 돼?
� : 응! 물론이지. 친구랑 같이 와도 돼. 더 재밌겠다! 그럼 3명으로 예약할까?
(현지 친구를 만들어 무료한 주말을 보내는 것이 목표였다. 아마도..?)
� : 음.. 친구 일정 확인해 보고 알려줄게!
그렇게 첫 만남의 시간이 찾아왔다.
식당은 도시 중앙에 큰 공원 옆에 있어 찾기 어렵지 않았지만, 약속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길을 잃었나 싶은 걱정(?)에 식당 앞을 서성인지 20분쯤 흘렀을까.
그리고 그녀가 도착했다. 혼자.
사실 당연히 둘이 같이 올 거라 생각했다.
� : 안녕? 만나서 반가워. 왜 밖에 있었어?
� : 네가 안 오길래 길을 못 찾는 것 같아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근데 친구는?
� : 응? 무슨 친구?
� : 아니야~ 들어가자 나 배고프거든..
놀랍게도, 그녀는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합리적 의심을 해보자면 이렇게 만나는 것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나또한 그랬다. 그래서 친구를 핑계로 나의 만남의 목적을 확인해보고자 한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식당에 앉아 어색함 속에 메뉴판을 받아 열심히 메뉴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