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인연은 어디서든, 어떻게든 나타난다.

by 구일년생 임과장

운명적인 만남이 이런 것일까?

인연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나 이어진다는 이야기가 사실일까?

우리의 첫 만남은 범상치 않았다.


6월 어느 날,

이제 이곳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의 생활도 어느덧 반년이 지나가고 있다.

주말마다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와 유튜브와 함께하는 시간이 질려가고 있었다.


나는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뒹구는 시간을 '완벽한 행복'이라 부르는 종류의 인간, 즉 프로 집돌이다. 굳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았다.


그날은 왜 그랬을까?

외로워서였을까? 아니면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였을까?

난생처음으로 말로만 들었던 만남을 위한 앱(이하 소셜미디어)을 설치했다.

만약 이날 맥주를 마시지 않았다면, 취하지 않았다면 설치하지 않았을 거다.


어렵사리 사진을 업로드하고, 프로필 작성을 완료했다.

열심히 다른 사람의 프로필을 염탐(?)하며 연실 하트를 날려댔다.

부연설명 하자면(이라 하고 변명하자면) 이성을 만나고자 한 것만은 아니다.
다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여성의 프로필에 90% 날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화면에는 "오늘의 하트를 모두 소진하였습니다. 무제한 하트를 구매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그럼 그렇지,

난 이런 곳에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아니, 이런 소셜미디어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는 게 맞았을 거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또다시 맥주와 함께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띵동"

모처럼 핸드폰에 알람이 울렸다.

매치가 성사되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앱은 나에게 엔돌핀을 돌게 했다.

그렇게 연결된 누군가와 짧게 대화를 나눴다.

취미는 무엇이고, 주말에 무엇을 하는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는 편한 대화를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다른 메신저로 넘어가자고 제안했다.

그녀의 제안에 순순히 다른 메신저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는 뜬금없이 민망한 사진 몇 장과 동영상을 보내왔다. 그 동영상은 방금 구글 번역기를 공부한 어색한 문장과 함께 도착했다.

"외로워 나, 임과장오빠. 나 지금 뜨거워."

역시.. 내 선입견은 더 확고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한국에서의 짧은 휴가를 마치고 비슈케크로 돌아왔다.

현지 통신사에 통신요금을 Top-up 하기 위해 현지 통신사앱을 열심히 찾았다.

(이곳에 와서 설치한 앱들을 한 폴더에 몰아두었다.)

때마침, 바로 옆에 붙어있던 나에게 충격을 안겨준 앱이 보였다.

탈퇴하여 내 프로필을 지우고, 앱을 삭제하기 위해 앱을 다시 켰다.


화면에는 "당신에게 하트를 준 00명의 사람들을 만나보세요(무료 1회)"라는 메시지가 떴다.

안내 메시지는 끌 방법도 없었다.

무료로 준 1회를 소진해야 없어질 모양이다.

화면에는 4개의 카드가 떴고 귀찮은 마음에 오른쪽 맨 위, 손가락과 가장 가까운 카드를 무심코 눌렀다.


그렇게 그녀의 프로필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다른 이들과 다르게 자신의 몸매를 뽐내고, 재력을 뽐내는 것이 아닌 산속에서의 자연을 느끼고 있는 사진으로 시작했다. 관심사 역시 나와 같이 등산과 여행을 즐긴다는 점, 그리고 영어가 유창하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그녀에게 하트를 날렸다.

그리고 우리는 매칭되어 대화가 가능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싹수없기 그지없게 메시지를 날렸다.

"안녕? 등산이나 영어 공부 같이 할 친구 찾아요. 근데 이 앱은 불편해서 잘 안 써요. 다른 메신저 아이디 있으면 알려줄래요?"

그녀는 나의 싹수없음에 당황해서였을까?

인스타그램을 알려줬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충격을 준, 하지만 우리를 이어준 소셜미디어는 가차 없이 탈퇴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앱은 나에게 충격과 충격의 앱이라는 인식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