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 대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가 본 보경사. 기억 속의 풍경과 너무 달라져서 아쉬움이 크다. 기억이란? 아버지와 함께 절 밑의 어느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아주 오래된 것이다. 그해 겨울, 아버지와 나는 한 이불 밑이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마도…… 문득 그때 아버지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절은 옛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려 애쓰고 있다. 그것을 아쉬움으로 바라보는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아뿔사~ 우물쭈물 하다가 나이만 들어 버렸구나. 달라진 것은. 그 때는 사진을 찍고 휙 지나던 경내에, 그림 그리는 시간 덕분에 생각을 하면서 꽤 오랫 동안 머물수 있었다는 것. 아~ 그것이 내게로 온 새로운 에너지라면 얼마나 다행일까?